인스타그램 주얼리 앰배서더 인스타 협찬 DM 사기 - Christian Chaubet

보이스 피싱 같은 전통적인 사기부터 일명 스캠(SCAM)이라고 부르는 SNS를 이용한 사기까지, 속고 속이는 게 아주 일상이나 다름없는 세상이다. 요즘에는 앰배서더라는 이름으로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제품을 무료로 제공해줄 테니 SNS에 올려서 홍보해 달라는 사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이게 왜 사기냐면, 일단 제품을 자기네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0원에 주문하도록 하면서 해외배송이라는 점을 들어 몇 만원의 배송료를 결제하도록 한다. 그 정도 배송료라면 특급으로 배송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오랜 배송기간이 걸린다는 것. 아마도 알리 익스프레스에서처럼 무료배송이 가능한 수단을 통해 배송하고 배송료 명목으로 결제한 돈을 챙기는 것으로 추측된다.
물건이 진짜로 오니까 사기 성립이 어렵고, 굳이 죄목을 붙이자면 바가지, 뭐 이 정도 되려나? 이런 것들이 모두 해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디다 고소도 못하고 그냥 몇 만원 날리고 마는 일이 허다하다. 보통 SNS상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인플루언서 급이다 하면 제품 협찬 받아서 광고해주는 일이 워낙 부러운 일이다보니, 인스타그램을 좀 한다 하면 자신의 계정에 이런 댓글이 달렸을 때 '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이러면서 아무래도 혹하기 쉬울 듯.
제품의 종류도 주얼리, 반려동물 용품 등 각양각색이다. 하여간 그중에 한 곳을 소개한다. Christian Chaubet이라는 주얼리 제작 판매 기업이라고 소개했는데 검색해보면 크리스티앙 쇼베라는 자전거 선수의 이름이 나온다. 하여간 이드은 인스타 글에 댓글로 DM 확인하라고 남기고, DM을 확인해보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 놓는다.

대충 내용은 이렇다.

너는 우리 앰베서더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이건 엄청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굉장한 기회야. 우리 회사 홍보대사가 되어서 우리 제품을 걸치고 리뷰를 남겨주면 돼. 우리 웹사이트에서 할인코드를 치고 제품 3개를 공짜로 주문하면 우리가 제품을 보내줄 거야. 알았지? 아, 배송비는 네가 내야 돼.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자기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사기 업체 홈페이지와 소소한 오타들

인스타 계정도 들어가보면 팔로워도 많고, 웹사이트도 아주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그냥 평범한 쇼핑몰 홈페이지 같고 하니까 이거 진짜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잘보면 약간 이상한 점이 군데 군데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오타 같은 것들이다. 영어권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심지어 자기네 업체명까지 틀리게 써놓는 위엄은 새삼 놀랍다.

그건 그렇고, 일단 이 업체가 정말 실존하는가 하는 궁극적인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무려 GPT4를 적용했다는 빙챗에 이런 이름을 가진 브랜드가 실제로 있느냐고 물어봤다. 한국인 인스타그램 중에도 이 회사 제품을 받아서 리뷰를 올린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보니까 영국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어서 영국에 이런 이름의 브랜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검색해보고는 그런 브랜드는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빙챗에 이 업체가 진짜냐고 물었다...

혹시 영국이 아닌가 해서 웹사이트에서 주소를 찾아봤더니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라고 돼있길래 다시 빙챗에 미국에 이런 브랜드가 있냐고 물으니 이번에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주소가 실제 있는 주소냐고 물으니 실제로 있는 주소이고 그 주소에는 담배가게가 있고, Christian Chaubet도 있다는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닌가. (출처가 저기 웹사이트인 것이 함정..)

주소를 물어봤더니 진짜 주소래..

아니, 그럼 사기가 아니란 말이냐? 싶어서 해당 주소의 로드뷰를 찾아보니 2023년 1월에 찍힌 사진에 담배가게는 분명히 나와있는데 Christian Chaubet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렇지. 2014년까지는 그 자리에 귀금속도 사고팔고 아이폰도 고치는 Bargainland라는 가게가 있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쭉 담배가게이고, Christian Chaubet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2014년 로드뷰 사진. 귀금속 가게가 있긴 있다.

2023년 1월 사진. 2015년 이후로는 계속 담배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몇년 전 폐업했는데 아직도 그냥 저 상태로 있다. 가게가 잘 안 나가는 듯.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제품들을 살펴봤다. 가격이 45파운드, 43파운드, 40.95파운드. 우리 돈으로는 약 6만원에서 8만원 가량 된다. 뭐,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싼 가격이긴 한데, 아무튼 앰배서더 할인코드를 입력하면 3개까지 빵원 처리되고 다음 화면에서 배송료를 보여주는데 배송료가 무려 29.99파운드로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약 5만원이다.
해외직구사이트인 몰테일에서 영국 배대지에서 한국으로의 배송비를 찾아보니 무게에 따라 다른데 1kg에 2만원, 2kg에 2만 6천원 정도였다. 저거 세 개 해봐야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싶은데, 어쨌든 배송료를 2kg 기준으로 해도 거의 두 배나 된다. 조금 빨리 받겠다고 FEDEX로 선택하면 49.99파운드, 약 8만 2천원.. 후덜덜하다.

가격이 파운드로 표시돼있는 걸 보니 원래 영국 기업이라고 했던 게 맞는 듯 하다..

그래도 원래 물건 가격이 21만원이 넘는다는데 배송비 5만원 정도는 지불할 수 있는 것 아냐? 싶을 수 있는데, 이쯤되면 저 물건들이 싸구려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싸구려 물건이 총망라돼있는 알리 익스프레스에 저 물건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사진의 제품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찾았다! 사진조차 똑같다. 가격은.. 캡쳐한 사진을 보시다시피 하나당 4천원을 안 넘는다. 세 개에 21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던 제품들이 다 해서 1만원이 채 안 되는 완전 싸구려 액세서리들이었던 것이다. 이 사기꾼들은 배송비랍시고 5만원 결제하게 하고 7-8천원짜리 물건 사다가 무료배송 루트로 보내놓고 4만원씩 거저 잡숫고 있었던 것이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사진, 똑같은 이름의 물건들을 찾았다..

아, 심지어 주소가 영국도 아니었고 미국이었는데, 미국의 그 주소에는 가게가 없었으니 아마도 주소는 구라이고 누군가 속아서 배송비 지불하면 그냥 알리에서 주문해서 바로 배송하도록 하는 방식을 써먹고 있을 듯 싶다.
지금까지 인스타그램 앰배서더 주얼리 협찬 DM 사기 업체 중에서 Christian Chaubet라는 곳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물론 그냥 딱 봐도 사기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시간과 품을 들여 검색해본 데에는 아래 사이트가 한몫했다.

이 사이트에는 또 주소가 영국으로 돼 있네..

사기 사이트를 조회하는 사이트라는데, 여기 보면 물론 사기라고 비난하는 후기도 있지만, '물건을 실제로 받았고 퀄리티도 좋더라' 하는 긍정적인 후기들도 은근히 올라와 있어 검색하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심지어 뻔뻔하게도 사기꾼이 직접 소개글도 작성해 놓았다. 불법은 성실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하여간 속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