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사고, 입마개 의무화가 능사가 아니다

반려견에 의한 사고가 심심치 않게 알려지면서 정부에서 체고 40cm 이상의 모든 반려견에 대해 외출시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하도록 했던 관리대상견 제도를 도입하려 했었다. 수의사 등 전문가 집단의 의견, 동물단체 등의 반발로 일단 재검토하기로 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 서 있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불만을 성토하는 실정이다.

입마개는 반려견에게 불편을 끼치기는 하나,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르고, 교육을 잘 시켜 사용하면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존 제도가 섣부르고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설채현 수의사가 말하는 입마개 의무화 제도의 문제점

1. 사람이 개한테 물리는 사고의 대부분은 반려견 산책시에 일어나기보다는 반려견이 산책로에 있지 않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 연기자 최시원의 반려견이 이웃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만 봐도 잠시 현관문이 열린 사이 반려견이 밖으로 뛰쳐나가 고인이 되신 피해자를 공격했다. 이외에도 개에게 물린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집 현관에 안전문 하나만 설치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즉, 보호자의 부주의한 관리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외출시 입마개 의무화 정책은, 만약 그대로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정작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는 타당한 정책이 아니었다.
2. 반려견이 사람을 물지 안 물지의 여부는 몸의 크기로 정해지지 않는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사람을 잘 무는 것이 아니며, 덩치가 작다고 공격성이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려견이 어릴 때 사회화 교육을 받았는지, 또 보호자가 기본적인 교육방법과 반려견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반려견의 덩치에 따라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긴하지만, 키 180cm가 넘는 남자한테 맞으면 더 많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그런 사람들이 외출할 때 수갑을 차고 다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어떻게 개와 사람을 똑같이 두고 얘기할 수 있는가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세상에는 개보다 더 위험한 것들이 널려있다. 해외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개에게 물려죽을 확률은 로또 맞을 확률보다도 낮은 약 1/18000000로서, 사람이나 교통수단, 욕조, 유모차, 콘센트, 나무, 침대 등의 물건에 의해 다치거나 죽을 확률에 비해 훨씬 낮다.
3. 개에게 입마개를 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입마개를 채울 때 개가 얌전히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집에서 보호자가 쉽게 입마개를 씌울 수 있는 개라면 대부분 집에서나 산책할 때 문제가 없는 아이들이다. 문제는 산책할 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다시 말해 입마개를 필요로 하는 강아지들은 일단 입마개를 씌우는 것부터가 어려운 법인데, 정부는 그 방법에 대한 보호자 교육 등과 관련한 대책은 전혀 고민하지 않고, 보호자들이 알아서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하라고한 했던 것이었다. 개는 우리가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을 입으로 하기 때문에 개들에게는 입이 손이라고 한다. 체내의 열을 입을 통해서 발산하여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입마개는 강아지들의 이런 모든 활동을 방해하여 본질적으로 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입마개를 씌워야만 한다면, 조금이라도 개가 덜 힘들도록 하는 입마개를 선택하는 방법이나, 강아지가 입마개에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보호자에게 교육을 하던가 하는 대안이라도 궁리해서 발표했어야 했다. 그런 것 없이 정부가 무조건 입마개를 하라 하고,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던가 하게 되면 결국은 많은 수의 보호자가 입마개를 채우는 데 실패해 아예 반려견 산책을 포기할 수 있고, 그러면 개는 산책을 못함으로서 스트레스가 쌓여 그 결과 다른 행동 문제를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