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년들에 대한 인성교육 강화
인성교육은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다. 자신의 삶을 건전하게 영위하고 타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인성을 기반으로 지식, 기술 더 나아가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교육이라면 모름지기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에서 이러한 방향을 포기하거나 중요하다고 표명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나타난 심각한 청소년 문제들은 우리 교육에서 다시금 인성교육이라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요구로 나타나게 되었다.
미국의 교육학자 데이먼(Damon)은 오늘날 학교 교육이 학생들에게 “왜 교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 “장차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또는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핵심적인 질문들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공부의 목적을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학생들이 학문의 출발점으로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부터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분주한 교육 활동과 교육의 목적 자체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은 어떤 목적을 지향하고 있는가? 우리 학교 교육의 목적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문서의 ‘교육적 인간상’에 집약되어 나타나 있다. 현행 국가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은 총론의 모두(冒頭)에 압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공식적인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는 분명히 인격의 도야를 천명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 학교 교육의 실제에서는 인성교육이 중요시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교육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인격 형성이라는 고원(高遠)하고 통합적인 목표보다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점수를 올려야 하고, 각종 교육정책의 성과 지표를 내보이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인격 형성보다 주로 성적을 높이고 이른바 명문학교로 일컬어지는 상급학교로의 진학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학교생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과 수업에서 ‘인격 도야’라는 이 고원한 목표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우리 학생들은 버릇없는 아이, 무규범의 청소년, 공부의 목적을 잃어버린 학생들로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낮은 성적을 비관하거나 왕따에 시달려 자살하기도 하고, 친구를 괴롭히고 폭력을 일삼는 폭력 학생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등장한 학교폭력은 이러한 문제들이 쌓여 폭발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우리 학교 교육에 닥친 진짜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행복하지도 않고, 즐겁게 공부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자살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은 우리 학교 교육이 중심을 잘못 잡고 있는 반증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지난 정부에서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제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물론 정부의 대책들이 실효를 거둔다면 학교폭력 문제가 완화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것은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학교 교육 전반을 관통하는 교육관과 교육의 지향점 그리고 그로 인한 교육 실천의 함의들이다. 우리 학교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관점의 변화 없이는 학교 교육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학교 교육에서 인성교육이 한낱 미사여구로만 쓰이지 말고, 교육의 실제에서 진지하게 추구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자나 학생들이 교육과 학습의 목적으로서 인격의 도야를 진지하게 추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즉, 학생들의 건전한 인격 형성이 학교 교육의 실질적인 목표로서 추구되어야 하고, 인성교육의 관점에서 학교 교육 전반의 정책과 학습 활동들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학교 교육의 핵심 영역인 교과교육에서 교육 목적으로서 인격이 어떻게 추구되고 있는지, 교과교육 활동과 인성교육이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검토해 보고,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망각되거나 소홀시되고 있는 인성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2.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핵심역량의 함양
오늘날 인성교육이 부각되는 것은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한 개인에게는 일생의 기초가 되고, 한 사회의 미래가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그 방향과 기본 철학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8.15 광복 이후 지난 70여 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완전 취학과 의무교육,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 70%에 이르는 대학 진학률과 같은 학교 교육의 양적 팽창과 더불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 학생들이 상위권의 성취를 보이는 등 질적인 성장을 이룩해 왔다.
이러한 성장을 보인 우리 학교 교육의 성과를 한마디로 말하면, 표준적인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는 점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에 정해진 내용을 전국의 학교들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교육함으로써 전체 국민들의 지식수준을 일정 부분 끌어 올리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학교의 주요 교과들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어느 수준까지는 일정하게 학습하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각급 학교를 지원하고, 교원을 배치하며, 의무교육 기간 동안 개별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교육의 역할은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게 되는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일정 수준까지 고르게 교육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근대 산업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들을 학교 교육을 통해 배출하게 되었고, 이들이 경제의 각 분야에서 활동을 한 결과로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은 후기 산업사회, 포스트모던 사회, 창조 경제의 시대가 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학교에서 표준적인 지식만 쌓은 인재들만으로는 더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도 100세 시대에 청소년기의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성년이 되어 급변하는 사회에서 한계를 갖게 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에서는 지식의 전달과 단순한 기술의 전수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평생 삶의 기반이 될 개인의 품성이나 역량에 주목해야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 획일적인 학교 교육을 탈피하기 위한 교육과정 다양화, 자율화, 창의성 교육의 강조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육 체제에 경쟁을 도입하고, 학교의 책무성을 따지는 등 평가를 강조하는 교육정책들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등의 현안 문제들은 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해야함을 말해준다. 학교가 지식교육, 창의성 교육, 경쟁 교육만 강조해서는 안 되고, 모든 학생들이 교육의 과정에서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교육의 결과로 학생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는 교육을 위해 창의성과 함께 인성을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하게 된 것이다.
사실, 학생들이 바르고 건전한 인성을 함양하도록 교육하는 일은 학생의 행복을 위한 교육의 본질이기도 하고, 미래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는 데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오래전 OECD는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할 것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성공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역량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협업 능력, 글로벌 사회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성교육에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건전한 인성을 함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미래사회로의 진입을 위해서도 인성교육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이제 지식 전달을 위한 교육, 상급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교육에서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인재로 커갈 수 있는 핵심역량으로서의 인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의 방향 전환, 교육철학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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