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나를 위한 생각

공직선거법 개정, 만 18세 투표권 부여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19. 12. 30.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4월 15일에 있을 제21대 총선부터 선거 투표 가능한 연령이 종전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었다.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나온지는 벌써 오래전부터였다. 지난 2017년에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거의 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었지만 끝까지 추진되지는 못했었는데, 2019년 막바지에 이르러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이래 무려 23년만에 비로소 현실화되었다.

이미 OECD 회원국 대다수가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 연령을 정하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정하는 긍정적인 부분 이면에는 과연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개정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선거 연령 하향에 찬성 44.8%, 반대 50.1%로 찬반이 매우 팽팽했다. 

비디오머그 선거 연령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pgxQEIpO0c)

만 18세는 그간 여론조사에 포함된 적이 없기 때문에 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나이가 젊을 수록 진보적인 성향을 띨 거라는 선입견이 있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진보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은데 반드시 특정 정당 유불리를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걸친 젊은 세대는 특정 정당의 맹목적인 지지 성향보다는 특별한 사안이나 정책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 연령 하향을 찬성하는 쪽은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의 진보정당과 진보 시민단체 등이다. 만 18세는 결혼, 군대, 공무원 시험, 운전면허 시험 등이 가능한 연령임에도 선거권 만큼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을 위시로한 보수진영에서는 고3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학교 현장이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납세 의무와 같은 범국가적인 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경험이 전무한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실 내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숱하게 벌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2018년 12월 1일 엄경철의 심야토론 방송 장면

교육부도 이를 우려하여 고등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상 사례를 정리하여 선거법 위반 사례집이나 가이드라인 등의 교육자료를 배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의 특성상 공직선거법의 적용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를 들어, 선거법에는 누구나 투표 참여를 독려할 수 있으나 공개된 장소가 아닌 자택과 같은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여 하는 경우에 대해 위법으로 규정한다. 공개된 장소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가 허용되는데, 학교는 공개된 장소로 구별되기 때문에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위법으로 봐야할지 애매하다고 한다.

청소년을 지나치게 미성숙한 철부지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작년 권성동 의원은 "고3을 무슨 선거판에 끌어들이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대체로 우리나라 고3 학생은 부모와 선생님에 대한 의존이 심하고, 독자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표권을 주지 않아도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청소년의 선거 참여에 대해서 못미더워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 말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는 "미국이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준 것이 1960년대였다. 여성들은 미개하기 때문에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면서, "민주주의 역사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다. 자기 국민을 미개하다면서 참정권을 주지 않는 이런 정치권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권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청소년에 대한 투표권 부여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어쨌거나 이미 결정은 났다. 내년 총선에는 2002년 4월 16일 출생자까지 약 53만 2천여명이 새로운 유권자가 될 것으로 보이고, 이 중에 고3 학생은 약 5만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강하지만, 혼란스럽더라도 당장은 만 18세 청소년들이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