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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19. 12. 29.

1. 공수처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줄임말로, 장관, 검찰총장, 대통령 친인척과 같은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을 말한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건에 한하여 공수처가 담당함으로써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 

2. 공수처 법안이 걸어온 길

지난 1998년부터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권력형 부패범죄 처벌을 위한 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2년 10월, 16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되었는데, 당시에는 공수처가 아니라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라는 명칭이 사용됐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소속으로 고비처를 설치하고, 고비처 특별검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고비처장은 대법원장 추천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조사대상에는 국무총리, 국회의원, 장관 및 차관, 감사원장, 감사위원 및 사무총장, 국정원장 및 차장, 광역단체장, 경찰청장과 차장, 법관과 검사, 군장성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2004년 5월, 16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됨과 동시에 폐기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공수처 설치 법안은 꾸준히 발의되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고비처 설치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는데, 특별검사가 아닌 특별수사관으로 수사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규정함으로서 공소제기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 법안과 큰 차이가 있었다. 사법경찰관으로서의 권한만 부여했으며, 대통령 소속의 독립기관이 아닌 부패방지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하는 등 이전에 비해 권한을 훨씬 축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한나라당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김성조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30명이 설치법안이 발의되기도 전에 소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추진 계획 백지화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반대 이유는 고비처가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기반 구축을 위한 기관으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법안 단독 처리가 가능했지만 열린우리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결국 2008년 5월 17대 국회가 임기 만료됨에 따라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후에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정말 후회스럽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양승조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민주당 김동철 의원 등 세 사람이 각각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것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보류되어있다가, 2012년 5월 18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또다시 폐기됐고, 이어진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역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보류되어 2016년 5월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또다시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현 20대 국회에서는 2016년 7월 고 노회찬 의원, 8월 박범계 의원, 12월 양승조 의원 대표발의로 공수처 설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3. 공수처 법의 현재

2017년 출범한 현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으로 공수처 입법을 추진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2012년 대선 과정에서부터 공수처 설치 등이 포함된 권력기관 바로 세우기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도록 하여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는데, 대선에서 패배함에 따라 모든 것이 무산되는 듯 했지만, 박근혜 탄핵으로 인해 2017년 대통령 직에 오르면서 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를 위한 시도는 계속되었고,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격한 반대를 무릅쓰고 현재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반대 농성중인 모습 (2019.12.15.)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공수처 설치 방침을 밝혔고, 10월 법무부에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자체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수처 설치가 가시화됐고,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패스트트랙, 조국 사태 등 숱한 우여곡절 끝에 2019년 4월 22일,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공수처 설치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합의안에는 공수처는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갖되,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에 한하여 기소권을 갖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위원의 4/5 이상 동의를 얻어 추천된 2인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도록 하였고, 공수처 수사조사관은 5년 이상 조사, 수사, 재판 실무 경력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공수처, 선거제 패스트트랙 4당 합의

4. 공수처 법안 찬성/반대 이유

가. 찬성

영화 '블랙머니'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검사동일체'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냥 '우리가 남이가'와 같이 그냥 검찰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말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라 실제로 검찰청법에 '검사동일체 원칙' 규정이 있었다. 정부수립 초기에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모든 검사들이 한 몸과 같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것인데, 결국은 검사들 간의 상명하복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을 공식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와 스틸컷

이 원칙으로 인해 검사 개개인은 검찰권을 행사하는 독립된 '단독 관청'이라면서도 상사의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검찰 간부가 일선 검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검찰 내부 범죄에 대해 봐주기식 수사나 기소가 이루어지도록 악용되어왔다. 이 검사동일체 원칙은 현직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을 떠난 검사 출신의 공직자, 정치인들에게도 아주 폭넓게 적용되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더욱 커진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삭제되긴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 원칙은 살아서 절대적인 불문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검찰 로고와 검찰 조사받으며 팔짱끼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 검찰 출신 피의자

이렇다보니 현재 검찰은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을 자랑한다. 특히 검찰 출신의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범죄의 경우 검찰의 수사 및 기소 과정에서 여러가지 봐주기 행태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있어 왔다. 국정농단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조사받으러 검찰청에 들어갔다가 팔짱끼고 아주 여유롭게 있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되었던 것이나,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던 사례들이 그런 것들의 예다.

이러한 검찰의 절대권력을 축소하여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음으로써,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이유이다.

10월 19일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모습

나. 반대

현재 이 공수처 법을 반대하는 측은 당연하게도 검찰과 자유한국당이다. 검찰은 직접 연관이 있으니 그렇다치고, 자유한국당에서 필리버스터에 국회의장을 의장석에 못오르도록 몸싸움하고 버텨가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같은 보수성향의 바른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공수처 법안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단 공수처 설치는 찬성하는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무조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 절대 반대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과연 공수처가 중립적인 입장일 수 있는지에 근본적인 의문이다. 대통령의 직속기관, 또는 독립기구라 할지라도 공수처장의 임명을 대통령이 하는 이상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눈치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통제에 주력하고, 정부와 여당에 반대하는 특정 사람과 집단을 대상으로 표적 수사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현 진보성향의 정권이 장기집권하는 데 일조하는 기관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 밖에도 행정작용을 담당하는 기구를 입법, 사법, 행정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서 설치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공수처 없이 검찰 자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다.

5.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

일단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설치를 찬성하는 의견이 앞선다. 10월 중순경에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보면 찬성 51.4%, 반대 41.2%였고, 10월말 리얼미터 조사결과는 찬성 61.5%, 반대 33.7%였다. 11월 중순 MBC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 66.1%, 반대 26.9%였고, 최근 12월 26일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의하면 찬성 51.1%, 반대 39.6%였다. 수치는 시기나 조사 업체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꾸준히 찬성쪽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 (2019.12.24.)

이러한 여론은 아마도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검찰의 갑질, 검사동일체에 의한 봐주기식 수사, 고위공직자의 솜방망이 기소와 처벌 등을 국민들은 너무 많이 봐왔다. 심지어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도 '눈가리고 야옹'하는 식의 내용을 개혁안이라고 내놓으면서 땅에 떨어졌던 신뢰도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의외로 반대가 많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2019년 1월,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공수처 설치 찬성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민들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부정부패가 속시원히 드러나고 처벌받는 그런 사이다 같은 세상을 바라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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