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학급 교사를 위한 자폐성장애 아동 이해하기

자폐성장애 아이들은 통합교육 환경에서 특별한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반 친구들에게 괴상하고 특이한 친구로 여겨지기 일쑤이고, 사회성이 부족해 원만한 또래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곤란을 겪는다. 여러모로 서툰 행동도 많고, 특정한 어떤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모습 때문에 친구들이 '쟤 이상해'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자폐성장애 아이들이 인간관계와 사회적 통념에 따른 '당연한' 규칙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당연히' 알아야 할 것 같은 상식에 대해서도 많이 부족하다. 또한 융통성이 없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대해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정서적으로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성장애 아동들은 다른 발달장애 아이들에 비해 평균 이상의 능력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고, 학습한 내용에 대한 기억력이나 회상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추구하다 보면 차후에 의외의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자폐성장애는 평생 지속되는 '스펙트럼' 즉, 범주성 장애다. 이 스펙트럼 내에서 기능이 낮은 자폐성장애 아동은 비교적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알려져 있고, 이른바 고기능 자폐로 분류되는 아동들은 '우리는 세상에 속해 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알려진다.

모든 자폐성장애 아동이 똑같지는 않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듯 자폐성장애 아이들도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폐 증상이라도 각 개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모든 전형적인 학생의 발달상의 요구에 들어맞는 교육방법이 있지 않은 것처럼, 모든 자폐성장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만능 교육방법이나 지침이란 있을 수 없다.

자폐성장애를 정의하는 특징 중 7가지와 이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같은 자폐성장애로 진단받았다 한들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개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므로, 개별 아이들의 요구에 맞추어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동일성에 대한 고집

자폐성장애 아동은 늘 하던대로 일관성있게 유지되는 관성을 선호한다. 그래서 일상생활 중에 우리가 루틴이라고 부르는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에 반해 사소한 변화나 차이에도 매우 민감해서 쉽게 당황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때문에 여러 돌발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쉽게 불안해 휩싸이는 반면, 불안 해소하는 요령이나 지식은 매우 미흡하고, 자신에게 생길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강박적으로 걱정하는 경향이 심해 피로, 스트레스, 감각의 과부하로 인해 신체적, 정서저인 밸런스가 깨져버리기가 십상이다.

학급운영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교사들이 다음과 같이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 학생이 예측할 수 있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 학생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모든 변화를 최소화해준다.
• 학교에서의 일과가 일관성 있다고 느끼도록 해준다.
•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아이는 갑작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인다. 변화가 있을 내용에 대해 최대한 빨리 아이에게 알려주어서 그 순간이 되었을 때 받을 충격이 덜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자폐성장애 아동은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극도로 자기 중심적인 경우가 많다. 또, 신체적 접촉을 매우 싫어하기도 하고, 앞에 있는 상대방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기도 한다. 대화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며, 말을 할줄 아는데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고, 농담이나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짓말도 거짓말인줄 알아채지 못해 잘 속기도 한다.

단조롭거나 비틀어진 부자연스러운 어조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상황과 상관없이 갑자기 계속해서 웃거나, 부적절한 느낌의 시선으로 가만히 응시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에 적절히 대꾸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사회적 시그널을 잘못 해석하거나, 사회적 거리를 판단하지 못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말투를 어디서 들은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많은 불리한 요인들 때문에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교사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고려해야 한다.

• 다른 친구들이 장애 친구를 놀리거나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고학년이라면 장애인식개선교육 등을 통해 자폐성장애 친구들의 특성으로 사회적 부적응 관련 내용을 설명하여 자폐성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장애 친구에 대해 배려심 많은 행동을 보였을 때 아낌없이 칭찬해주면 다른 아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장애 친구를 부당하게 대하는 행동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주의하고 경계하도록 할 수 있다.
• 자폐성장애 아동들 중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읽기 능력이나, 어휘력, 기억력 등을 보여주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러한 장애학생의 능력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만한 협동 과제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 친구들이 장애 친구의 장점에 대해 인지하고 수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 자폐성장애 학생에게 사회적 신호에 반응하는 방법,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응들을 구체적으로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 물론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에 의한 교육에 의존할 수도 있지만, 사회성 교육은 통합학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자폐성장애인이 혼자 놀기 좋아한다고 알려져있지만 대부분의 자폐성장애 아동들은 친구를 원한다. 내 주변의 한 아이는 축구를 할줄 모르지만 친구들과 같이 축구하고픈 마음은 있어서 매일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이 축구하는 내내 운동장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아이들과 같이 교실에 들어오곤 한다.
• 자폐성장애 아동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올바른 대응 방법에 대한 학습이 가능하다. 영화 '증인'을 보면 감정을 공부하는 '지우'라는 등장인물을 볼 수 있다. 만일 아이가 의도치않게 다른 사람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했다거나, 자기를 보고 친절하게 인사하고 말을 거는 친구에게 무신경한 반응을 보였다면 왜 그런 행동이 적절하지 못한지 설명해주고 올바른 반응을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술이 우리에게는 태도의 영역이지만 자폐성장애인들에게는 지적 영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일일이 가르쳐주고, 외워서 행동으로 모방할 수 있게 연습시켜야 한다.
• 같은 반 친구들과 합의하여 또래도우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친구들이 일정기간을 간격으로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장애 친구와 짝이 되도록 하여 생활 속 밀착 또래교수가 이루어지게 한다. 1인1역같은 것을 많이들 운영하는데 장애 아동은 친구와 2인1조로 역할을 배정해주어 비장애 친구가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도와주기도 하면서 친밀한 친구를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게 된다. 또한, 또래도우미가 되는 짝꿍은 장애 친구를 관찰하고 살피는 과정에서 이해가 깊어질 수도 있고, 본의아니게 장애 친구를 학급활동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데 일조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 자폐성장애 아동은 자칫 방치되고 은둔형 외톨이 처지에 놓이기 쉽다. 따라서 교사는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써야 한다. 적극적인 사회적 적응행동을 격려하고, 장애아동이 혼자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한데, 자폐성장애 아동은 혼자 있을 수 있는 개인적인 힐링타임도 필수적이므로 혼자만의 시간을 아예 박탈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영화 증인에서 자폐성장애인 지우가 사람의 마음을 표정으로 구분하는 연습을 한다

 

극히 제한적인 관심사

자폐성장애 아동은 기이하거나 이상하지만 매우 강렬한 집착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자신만의 관심 분야를 끊임없이 말로 내뱉는다든지, 끊임없이 계속 질문을 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머리속을 맴도는 생각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향과 본능에만 충실하거나 할 수 있고, 때로는 당장의 관심사와 관련 없는 것에 대한 학습활동이나 과제를 공격적인 태도록 거부하기도 한다.

이럴 때 교사는 다음과 같은 대응을 고려해볼 수 있다.

• 자폐성장애 아동이 자신만의 관심사와 관련된 반복된 질문이나 발언이 당장의 상황이나 주제 등과 전혀 연관이 없을 때에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쉬는 시간 같이 어느 특정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동이 100% 바뀌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교육하면 확실히 줄어들기는 한다.
• 자폐성장애 아이 중에는 자기 관심분야가 아닌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 중 과제 완수에 대해 목표치를 확실하게 정해주어서 그만큼을 반드시 해야만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규칙이 존재하고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 
• 아이의 관심사를 과제에 응용하여 개별화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일 예를 들어 수학시간인데 아이가 우주에 꽂혀서 우주와 관련된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면 설명이나 과제에 우주를 접목시킨 예를 든다거나 문제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아이의 집착을 관심 분야의 범주를 넓히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물에 집착하는 아이가 있다면 사회시간에 열대우림을 다루면서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동물을 알아본다든지, 동물들의 훌륭한 서식지 기능을 하는 숲에 관해 공부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런 다음 생존때문에 동물들의 서식지인 숲을 떠날 수밖에 없던 주민들이라든지, 아니면 주민들이 숲의 나무를 다 베어버려서 숲을 없앴다든지 하는 식으로 동기부여의 빌미로 활용하거나 확대해가는 것이다.

 

산만하고 낮은 주의집중력

자폐성장애 아동들은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기 일쑤인데, 매우 무질서해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교실 활동에 집중을 잘 못하고, 어떤 특정한 생각에 사로잡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아동들은 일반적인 주의집중력 저하 증상과는 조금 다른 다소 '이상한' 특징을 갖고 있다. 여러 요소들 간의 관련성 파악이 어려워서 지금 하는 일과 상관없는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고, 단순히 공상에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강렬한 방식으로 복잡한 내면 세계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으며, 그룹 상황에서의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 대해 교사는 다음과 같은 도움을 줄 수 있다.

• 자폐성장애 아동이 교실에서 생산적인 학습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학습을 구조화하여 체계적으로 투입한다. 과제를 작은 단위로 세분화해서 제공하며, 교사가 피드백과 주의 환기를 자주 시켜주도록 한다.
• 심한 집중력 문제에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 좋다. 제한 시간 내에 완료하지 못했거나 대충대충 수행한 과제의 경우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다 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여유 시간은 수업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이 아니라 학생만의 시간을 활용하게 한다. 자폐성장애 아동 중 일부는 납득하지 못하고 심한 고집을 부릴 수도 있는데, 규칙 준수가 긍정적인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일관성있게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폐성장애 아동에게 생산적인 학습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어 수시로 받는 스트레스의 수준을 낮춰줄 수 있다. 
• 아이가 집중력이 너무 낮고, 과제수행 속도가 현저히 느리며, 정리 정돈도 너무 못한다 싶은 경우는 과제 수행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야기하게 되어 도리어 부정적인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럴 때에는 과제의 양을 줄여주고, 교실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 통합학급 교실에서 장애 아동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맨 뒷자리나 구석진 자리에 앉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교사의 피드백이나 개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 장애 아동을 앞 자리에 앉도록 해서 교사로부터 가까운 자리에 있도록 하여 자주 질문하거나 신호를 주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아이가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할 때마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거나 하는 비언어적 신호를 주는 것이 좋다. 간혹 촉각에 민감한 아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건드리거나 하는 대신 '선생님을 봐요' 같은 지시적 내용을 적은 카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 아동이 자신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자극에 빠져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에는 그러한 생각이나 환상을 뿌리치고 얼른 다시 현실 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격려가 필요하다. 자폐성장애 아동들에게 있어 내면 세계에 빠져있을 때의 느낌은 매우 편안하고 안락하여 현실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오기가 매우 힘들 수도 있다. 어떤 아동은 자기만의 생각 놀이에 너무 몰두하여 곧잘 현실을 잊어버리기도 하므로 자유 시간일 때조차도 교사가 구조화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아무거나 마음대로 하라고 놔두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간단한 보드게임이나 놀이 활동을 같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놀이 시간의 구조화는 사회적 기술 연습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미흡한 협응 운동 능력

자폐성장애 아동은 신체적으로 서툴고 어색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자폐성장애인의 걸음걸이를 보면 까치발 하듯이 걷는다든지, 뭔가 뻣뻣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신체적 협응 운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운동 기술이 필요한 활동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로, 체육활동은 물론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쓰거나 할 때 영향을 끼치고, 과제수행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같은 자폐성장애라도 그림 그리기 실력이 매우 뛰어난 아이도 있고, 매우 디테일한 표현에 뛰어난 경우도 있으며, 글자를 또박또박 잘 쓰는 편인 아이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경우에 이러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교사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다음과 같다.

• 심한 운동 문제가 있을 경우 작업치료사에 의한 체육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학부모에게 권장할 수 있다.
• 체육시간에 경쟁적인 팀 게임에 참여시키려고 하는 것보다 개별적인 체육활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경쟁성을 띤 스포츠에 참여할 때 낮은 운동능력으로 인해 스스로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기때문에 점수를 잃거나 팀이 지게 되면 친구들로부터 놀림이나 비난을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경쟁적인 팀 게임에는 되도록 참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자폐성장애 아동은 자신의 행동과 팀원들의 행동을 조율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하기에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 글자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의 경우 종이에 글자를 따라 쓰도록 하고, 반복적으로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교구를 이용한 필기 연습이 필요하다. 글자 쓰기 수준이 아무리 낮고 글자를 아직 해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주야장천 자모음만 연습하기보다는 통글자와 낱말, 문장을 골고루 연습하여 써보도록 하는 기회를 꾸준히 부여하는 것이 좋다.
• 글자 밑본이 그려져 있는 학습지를 따라 쓰도록 하는 활동은 글자의 크기와 위치의 균일성, 조화 등을 파악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글씨를 쓰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수업 중 과제를 부여하고 제한 시간을 두는 경우 대개는 과제를 완료하는 데 친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많을 것이므로 자폐성장애 아이의 글씨 쓰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간을 부여하거나 난이도를 조정한 과제를 별도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학습의 어려움

자폐성장애 아동은 높은 수준의 사고나 이해력이 부족한 편이며, 매우 구체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반면 추상적인 부분에서 매우 취약하다. 다른 발달장애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하기와 같은 부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말하기 보다는 듣거나 읽은 내용을 저장해 둔 것을 그대로 인출해내는 것 같은 기계적인 말하기의 양상을 보이고, 반향어라고 해서 즉석에서 상대방이 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경우도 많다.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행동 전반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기계처럼 반응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어서 순간순간의 고유한 문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문제해결능력이 매우 낮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교사는 다음과 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 일관된 성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도로 개별화된 수업을 적용한다. 충동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큰 동기 부여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고, 학습에 참여하면서 불안이 유발되지 않으면서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 설명을 해주고 들은 말을 따라말하는 것을 보고 내용을 이해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임을 잊으면 안 된다.
• 수업에서 다루는 개념이 추상적일 때에는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고, 최대한 단순화해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자폐성장애 아이들은 비교적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좋다. 특히 사실적인 정보를 잘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감정적인 부분이나 다양한 수준의 의미,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같은 것들은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 자폐성장애 아동은 작문을 할 때 비슷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고,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글쓰기 하는 것이 어려우며, 단어를 사용할 때도 단편적인 의미로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지식과 개인적인 생각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이 쓴 글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자폐성장애 아동은 읽기나 글자 인식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해력은 낮다. 비교적 유창하게 읽었다고 해서 읽은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자폐성장애 아동은 자발적 동기 부여가 어렵다. 자기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는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성향이 대부분이므로 성의없이 대충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과제의 완성도에 대한 매우 확고한 기준을 설정하고 인식시켜주고, 제한 시간 내에 신중하게 과제 수행에 임하도록 교사가 개입하여 지시하거나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평소 자기만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시간에 제대로 하지 않은 과제를 보충하도록 시켜야 한다.

 

정서적 취약성

많은 자폐성장애 아동들이 교실에서 생기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서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개는 융통성이 없어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으며 자기 비판적이어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스스로 상처받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도 자책하느라고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훈육을 받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자폐성장애 아이들은 어느 정도까지, 누구와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어려워한다. 우울증 같은 것에 걸리기도 쉽다고 알려져 있다. 분노 반응이나 성질이 폭발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러한 행동은 주로 스트레스의 누적이나 좌절감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며, 학교에서는 당장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가정에 돌아가서 지연된 반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자폐성장애 아동은 평소에 느긋하고 여유있어 보이는 때가 별로 없고 항상 무언가를 경계하고 긴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경직된 생각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쉽게 당황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형성, 유지, 상호작용,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요구에 대처하는 것에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향과 관련하여 교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자폐성장애 아동은 강제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몸서리치게 싫어한다. 매사에 아주 명확한 구분과 높은 수준의 일관성을 제공하도록 하고, 아동의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변화를 최소화 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스트레스때문에 아동이 어쩔줄몰라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바람직한 대처 방법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예를들면, 화가 났을 때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 목록을 작성하고 숙지시키는 것도 좋다. 먼저 심호흡 세 번하기, 그 다음 오른손 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천천히 셋까지 세기, 그리고 특수학급으로 가서 특수반 선생님 찾아가기 이런 식으로 아동이 편안함을 느끼고 신중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의식화된 행동을 포함한 단계들을 정하여 카드에 적어서 아이의 주머니나 아니면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서 목에 걸도록 해서 쉽게 꺼내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 사실 아이들의 학습력, 이해력이 매우 더딜 수밖에 없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명백한 내용을 가르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조바심과 짜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라면 더더욱 자주 느끼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교사의 목소리에 반영되는 감정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자폐성장애 아동과 상호작용할 때 침착하고 예측 가능하며 사실에 입각하여 말하되, 네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선생님이 너를 위해 참아주고 있는 거야 라고 하는 인내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 자폐 아동은 자기가 슬프거나 우울하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의 감정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교사는 우울증임을 보여주는 행동 변화, 예를 들면 평소보다 심한 수준의 무질서, 부주의, 고립감, 스트레스 역치 감소, 만성 피로, 울음, 자살 충동 발언 과 같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가 '괜찮다'고 말해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 학부모나 전문 상담사에게 증상을 이야기하거나 상담을 의뢰하여 아동이 우울증 평가를 받고 필요한 경우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으면 좋다. 자폐성장애 아동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구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울증을 신속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청소년기에는 사회적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자폐성장애 아동은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내용이나 과제가 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수업시간에 뭘 시키면 항상 울면서 수행을 거부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더 이상 울지 않는 것을 보고 이제 좀 나아졌나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는 수업 중 부여되는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 사례도 있다.
• 통합학급 수업에 참여할 때 특수교육보조원(지역에 따라 특수교육실무사 또는 특수교육지도사라고 호칭하기도 함) 지원이 있으면 좋다. 물론 교육청의 여력에 따라 특수교육보조원의 채용이나 배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가능하다면 특수교육보조원이 배치되어 매일 옆에서 학생을 지켜보고 수업 중 활동을 지원해주며, 자신과 통합학급 담임교사의 관찰 결과를 수집하여 특수교사와 아이의 적응 상황을 평가하고 상의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 개별화교육계획에 의한 특수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특수학급 배치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는 환경에 계속 놓여지게 되면 자아 개념과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위축감이 커지며 우울증이 발병되거나 심해질 수 있다. 스스로를 유능하고 생산적인 사람으로 여길 수 있게 해 줄 학습 환경을 특수학급이 제공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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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그중에서도 교사는 자폐성장애 아동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 세계와 협상해나가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데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같은 반 아이들이 자폐성장애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되고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게 될지를 좌우하는 것도 교사의 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자폐성장애 아동은 두려움과 불안을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한 내면의 환상 속 세계에 빠져들려고 하는 성향을 강하게 갖게 되는데, 이 환상의 세계를 떠나 외부 세계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 역시 교사의 몫이다. 학교에서 자폐아에게 부족한 외적 구조, 조직, 안정감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교육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학습면에서도 성공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아이가 타인으로부터 소외감을 덜 느끼게 하고 일상 생활의 평범한 요구에 덜 압도당하도록 돕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것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교사라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