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물은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을 원산으로 하는 양귀비과 피나물속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영어로는 'forest poppy'인데, 직역하면 '숲에서 자라는 양귀비'라는 뜻이다. 서늘하고 습한 산속의 계곡이나 시냇가 등지에서 잘 자란다. 꽃이 매미꽃과 비슷하다고 하여 노랑매미꽃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여름매미꽃, 하청화 등의 이름도 갖고 있다.
피나물이라는 이름은 줄기나 잎을 끊어냈을 때 주황색의 유액이 나오는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매미꽃의 줄기를 꺾었을 때 나오는 유액이 피나물의 유액보다 더 붉고 더 피 같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피나물이나 매미꽃이나 둘다 같은 꽃으로 여겼다가 이후에 각각 피나물속, 매미꽃속으로 나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매미꽃과 피나물이 서로 뒤바뀐 것은 아닐지 짐작해 본다. 매미꽃도 노랗기때문에 노랑매미꽃이라는 피나물의 이명이 약간 어색한데, 어쩌면 유액이 노란색인 매미꽃이라는 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피나물은 높이 약 20~30cm 가량으로 자라고, 뿌리잎은 잎자루가 긴 깃꼴겹잎이며, 줄기와 잎의 길이가 거의 비슷하다. 작은 잎은 5~7장인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나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기로 나며, 잎자루가 짧고 작은잎 3~5장으로 된 겹잎이다.
꽃은 4~5월에 피는데, 줄기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한두개씩 달린다. 노란색이며 지름 약 3cm 정도이다. 꽃받침잎은 2장이며, 녹색이다. 꽃잎은 4장인데 마주보고 난 두 장이 다른 두 장의 꽃잎보다 근소하지만 약간 더 크다. 얼핏 같은 양귀비과의 꽃인 애기똥풀과 비슷하게 보이는데, 애기똥풀은 피나물보다 좀더 큰 키로 자라는 편이고, 줄기를 잘랐을 때 나오는 유액도 노란색으로 다르고, 잎의 모양도 가장자리가 둥~글 둥~글 크고 둔한 톱니가 있다. 피나물의 잎은 깃꼴이며, 톱니가 작고 날카로운 편이라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피나물에는 벤조펜안트리딘 계열의 알칼로이드가 풍부해 항염증, 진정제, 항균, 항종양 등의 약효를 지니고 있다. 어린순을 데쳐서 독성을 제거한 뒤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독성물질이 다 우러나왔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웬만해서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뿌리를 하청화근이라 하여 탕, 환, 가루, 술로 담가 약으로 쓴다. 주로 관절염, 농가진, 습진, 진통, 지혈, 타박상 등에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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