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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J.K. 롤링과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6. 12.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을 둘러싸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논란의 요지는 롤링의 트윗이 성전환자 혐오라는 논란이 생겼고 여기에 영화 해리포터 출연 배우, 생리주기 앱 개발사 클루 등이 가세하면서 좀더 불붙은 모양새이다.

해리포터 저자 조앤 롤링

 

조앤 롤링의 트윗

발단은 지난 6월 6일 롤링이 자신의 트위터에 칼럼을 공유하며 시작됐다.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J.K. 롤링의 트위터 내용

롤링이 공유한 사설은 DEVEX라는 한 사회적 기업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으로, 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있는 생리하는 여성들에게 주어지던 생리용품 지원을 비롯한 여러 지원들에 차질이 빚어져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J.K. 롤링은 이 사설에서 '생리하는 사람(people who menstruat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주목했다. 생리하는 사람이 곧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단어를 굳이 '생리하는 사람'으로 언급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트위터에 남긴 것이다. 이전부터 성전환자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던 조앤 롤링이었기에 현재 이에 대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해리포터 영화 배우들의 비판

해리포터 역을 맡았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이 성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 트랜스젠더 혐오발언을 멈추라"며 직접적인 비판 성명을 냈으며, 헤르미온느를 연기한 엠마 왓슨은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자신에 대해 정한 정체성대로 받아들여지고 계속해서 정체성에 대해 질문받지 않고 그 자신의 삶을 살 자격을 갖고 있다."라는 등의 트윗을 올리며 롤링을 비판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이었던 에디 레드메인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존중은 문화적인 의무이다. 롤링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트랜스 여성은 여성, 트랜스 남성은 남성이다, 내가 사랑하는 트랜스젠더 동료들이 평화롭게 살기 바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보이콧 당하는 클루

여성들의 생리 주기를 관리해주는 앱을 개발한 업체 '클루(CLUE)'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조앤 롤링 비판에 가세했다. 클루는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지금은 어색할지 모르지만 성차별을 훼파하는 개혁의 일환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성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웬일인지 도리어 여성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분위기이다.

클루의 트위터 게시글

'생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어색해 보이지만, 이것은 다른 편향된 언어를 바꾸는 일이다.
생리는 생물학적 기능이지 '여자의 일'이 아니다.
신체 부위로 성별을 구분짓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며, 그렇게 하는 것은 건강 관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

사실 클루가 롤링에게 보내는 트윗의 내용은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사람들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현재 이 게시글에는 'Bye Clue', 'Good luck with trans periods' 라면서 클루를 삭제하고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꾸준히 달리고 있다.

내가 뭘 읽은 거지? 이 행성에서 지낸 내 짧은 시간동안 나는 생리하는 남자라고는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그런 과학적인 기사나 논문도 본적이 없어서 내 건전하고 논리적 추론에 의하면 그건 '여자의 일'이 맞는데?

생리하는 사람들'에 의존해서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것도 재밌겠네, 안녕!

그러면 가서 성전환자들 건강관리를 위한 일이나 할 것이지, 왜 여자들이랑 싸우고, 그들의 정체성을 빼앗고, 여성들의 정치와 인권을 모호하게 만들어?

이건 이분법적인 생물학적 성별을 파괴하고 반드시 여성을 파괴하겠다는 시도의 명백한 증거다.

대체로 '트랜스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보이고, 생리를 여자의 일이 아니라고 하는 바람에 이들에게 미움을 산 것 같다. 

 

래디컬 페미니즘? 터프?

발단이 되었던 사설은 열악한 위생과 건강관리 상태 등의 환경이 생리를 하는 여성들에게 안 좋으니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자는 내용의 글이다. 열악하고 지저분한 환경은 당연히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안 좋은 거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생리하는 여성한테 좀더 포커스를 맞춘 글이었다.

글쓴이가 '생리하는 여성'이라 하지 않고 '생리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성전환을 통해 남성에서 여성이 된 경우보다는, 정체성은 남성으로 전환했지만 신체적으로 여전히 여성인 사람들을 고려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였고, 정작 글 내용 자체로는 있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내용의 캠페인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좋은 의미는 퇴색해버리고 롤링이 다소 성급하게 '생리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에 발끈하는 바람에 이렇게까지 비화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좀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같은 일반 사람들로서는 페미니즘을 뭉뚱그려 생각할 수밖에는 없는데, 사실 페미니즘은 나름 역사가 있는 사회운동이기에 정론적인 부분을 제대로 깊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데, 일단 페미니즘에는 여러 의견을 가진 그룹으로 나뉜다. 같은 채식주의라도 누구는 유제품을 먹고, 누구는 생선까지는 먹고, 누구는 동물로부터 얻는 식품을 아예 섭취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 래디컬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있다. 롤링은 예전부터 래디컬 페미니즘 지지자로 알려졌었다. 클루 앱을 보이콧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래디컬 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은 급진적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1960년대에 서양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여성주의 운동인데, 현재 가부장제에 의한 여성 억압이 뿌리깊고 만연한 현실에 대항하여 전통적 성역할의 폐지, 생식기 차이로 인한 성별 구분 폐지 등을 주장했고, 최근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퍼지고 있는 랟펨(또는 렏펨)으로 불리는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기존 주장에서 더 나아가 남성 말살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 래디컬 페미니즘의 한 부류로 TERF(Trans Exclusionary Radical Feminism)가 있다. 터프는 '전환을 배척하는 급진적인 페미니즘'이라는 뜻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들을 배척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한다. 페미니즘이 성별로 인한 고질적인 차별에 대항하여 발생하고 전개되면서 자연스레 성소수자와 연대가 이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트랜스 여성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고 한다.

래디컬 페미니즘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여성성이라는 것을 완전 거부하고 탈코르셋(탈코)라고 해서 긴 머리, 치마, 화장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해왔던 것들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트랜스 여성들은 여성이 되겠다고 하면서 긴머리, 젖가슴, 화장, 치마, 가슴이나 허리의 굴곡을 드러내는 착장 등을 통해 그렇게 '없애자', '하지 말자'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여성성'을 반영한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니, 일면 상호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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