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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이덴트 덴탈 마스크 생산 중단, 정부가 생산원가 50% 후려치기 강요? 과연 사실일까?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3. 6.

자려고 누워서 잠들기 전에 휴대폰 잠깐 본다는 게 이런 뜨끈뜨끈한 기사를 접했다. (주)이덴트라는 한 치과 의료용품 유통업체에서 정부의 횡포에 못이겨 마스크를 더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중단 선언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덴탈마스크 사진 이미지

이덴트에서 제시한 마스크 생산 중단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조달청이 마스크 생산원가의 50%에 해당하는 가격에 납품하도록 강요하고, 일일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생산 수량 계약을 무리하게 요구했다.
  2. 조달청에 납품하지 않고 자체 쇼핑몰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을 정부가 불법이라고 하여 마스크 생산 의욕을 잃었다.

 

(주)이덴트의 덴탈마스크 생산 중단 관련 기사 캡쳐

 

(주)이덴트 홈페이지에 게재된 마스크 생산 중단에 대한 대표이사의 사과문 캡쳐

 

아무리 생각해도 생산원가의 50%에 매입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범국가적으로 위기 상황이라도 하루에 치과용 덴탈마스크 10,000개 정도 밖에 생산할 수 없는 작은 업체에 애초에 마진 포기를 넘어서 내 돈을 퍼주면서까지 정부에 협조하라는 요구는 있을 수 없다.

정부가 공사나 물품등을 구입할 때에는 보통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공고를 올리고 공개입찰을 진행하여 업체를 선정하는 경쟁계약이 이루어지는데, 유찰이 두 번 되거나, 기준 금액에 못 미치는 소액의 구매건이거나, 또는 이번과 같이 특별한 법적 조치에 의한 경우 업체를 콕 찝어서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나라장터 홈페이지에서 이덴트를 검색했더니 아니나다를까 공고가 떴다. 공고명은 '코로나19 관련 공적 유통 마스크[의료용, (주)이덴트]'이며 공고 게시일이 3월 5일 오전 10시 13분. 아마 이렇게 띄워놓고 담당자가 이덴트에 전화를 했겠지 싶다.

 

나라장터 이덴트로 검색한 결과 캡쳐

공고 일반 바로 아래에 조달청이 원하는 가격이 나온다. 구매대상물품은 의료인용마스크, 총 8백9십6만개를 구입하겠다고 되어 있고, 단가로 개당 120원을 제시했다. 방역용 마스크의 수의계약 단가를 찾아보니 유한킴벌리의 경우 개당 900원, 덴탈마스크는 120원이었다. 모든 덴탈마스크에 대해 조달청에서는 일괄적으로 개당 120원에 납품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장터 공고 내용 캡쳐

이덴트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에 따르면, 이덴트의 마스크는 다른 업체와 달리 저렴한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국산 원단과 필터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했다. 만일 예를 들어서 유한킴벌리가 중국산 재료를 써서 만들고 있다고 한다면 이덴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유한킴벌리보다 더 손해를 보는 셈이므로, 조달청의 요구에 그다지 응하고 싶지 않을 것이 뻔하다.

다만, 조달청이 생산원가의 50% 밖에 되지 않는 가격으로 마스크를 내놓으라고 했다는 말은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덴트 홈페이지에서 이덴트는 마스크를 개당 158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스크 원가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대부분 원래 판매하던 가격보다는 낮은 비용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고 봉사 차원에서 판매해왔다고 쳐도 판매가와 같은 가격 정도가 될 것이다.

종전 판매가인 158원의 50%는 79원. 조달청이 제시한 가격은 120원이므로 최소한 조달청이 마스크 생산원가의 50%에 불과한 가격 후려치기를 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진실은 뭘까? 우리가 모르는 뒷이야기가 숨어있는 게 분명해 보여서 너무 흥미진진하다.

하나 더.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제발 좀, 어떤 사건이 인지되었을 때 액면 그대로 냅다 보도하는 데 급급하지만 말고, 처음부터 여기저기 발로 뛰고 심층 취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어서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려주는 그런 기사를 좀 써줬으면 좋겠다. 그냥 반쪽짜리 미완성 기사만 툭 던져놓고 방관하니까 정말 사실이 뭔지 알지도 못한 상태인데 사람들이 서로 편 갈라져서 정부 욕하고 업체 욕하고 기자 욕하고 언론사 욕하고 난리도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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