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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훈련병 폭행 말년 병장 집행유예.. 폭력은 폭력이다.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6. 29.

지난 2019년 말, 인제의 한 부대에서 전역을 두 달 앞두고 있던 말년 병장이 훈련병을 폭행하여 기소된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훈 판사는 특수폭행 혐의자 강모씨에게 벌금 200만원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작년 11월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 훈련병 이모씨는 신병교육수료를 마치고 나간 외출 과정에서 흡연을 했는데, 복귀 후 이씨의 지도 조교였던 강씨가 추궁하자 흡연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에 강씨는 이씨의 귓볼을 잡고 끌고 가 엎드려뻗쳐 자세를 시켰고, 허리띠로 엉덩이를 다섯 차례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엉덩이를 때린 것에서 그쳤다면 어쩌면 이렇게 일이 크게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 하지만 폭행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후 이씨가 다른 조교의 지시로 생활관 빈 관물대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강씨가 발견, 무슨 일 때문인지 알아보니 이씨가 다른 조교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강씨가 옷장에 옷을 거는 용도의 금속 재질의 봉을 꺼내 와 이씨의 머리, 다리 할 것 없이 수십 차례를 두들겨 팬 것.

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의 부대 내 폭행 장면

법원은 '후임병을 괴롭히겠다는 악의적 의도로 인한 폭력 행사가 아니었고, 초범인데다, 폭행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스스로도 반성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과 집행유예 1년이라는 생각보다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

관련 기사의 댓글들에는 '군기가 빠져도 유분수지', '훈련병이 맞아도 싸다', '저게 군대냐', '이러다 사단장이 와도 삼촌이라고 하겠네', '군대는 군기가 생명이다', '오히려 병장한테 훈장을 줘야된다'는 등 대체로 말년 병장을 두둔하는 반면, 훈련병에 대해서는 맞을만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군대는 '전통적으로' 큰 잘못이 없어도 '두들겨 맞고', '욕 쳐듣고', '얼차려 받는' 그런 곳이었다. 정말 잘못했거나 실수했을 때는 더더욱 여지가 없다. 그러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는 군기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정당화 됐었다. 전역 후에는 술자리 같은 데서 '나 때는 이랬다'라고 하면서 쌍욕 쳐듣고, 쳐 맞았던 스토리를 무용담으로 미화하여 소화되기 일쑤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폭력은 폭력이라는 점.

아무리 명분이 떳떳해도 폭력은 폭력이다..

느덧 시대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해 이제는 군대 내 인권, 폭언, 구타 등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온지 오래됐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배우 김혜자 씨는 이 말을 이런 뜻으로 했던 것은 아닌 듯 하지만, 이 말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캠페인 외에도 간간이 구타 등 부대 내 폭력 척결을 위한 구호에도 활용됐었다. 적어도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간이 군 폭력 소식이 들려온다. 계급에 따른 명령체계가 중요한 군대라는 특수성이 이러한 폭력 근절에 어려운 요인일 것이다. 군기가 바짝 들어야만 전쟁 발발 시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전투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누가 들어도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군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안감으로 작용, 폭력을 써서라도 상관의 말에 순순히 즉각적으로 따를 수 있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배우 김혜자의 수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표지

하지만 분명히 해야되는 것은, 군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군인 개개인의 인권을 무시해도 되는 초법적 근거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훈련병 이씨가 분명 군인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일삼았을 수 있다. 오죽했으면 두 달만 조용히 있으면 전역할 말년 병장이 그렇게까지 움직였을까 하는 생각도 일면 들기도 한다.

말년 병장이었던 강씨. 재판관의 판단처럼 내 생각도 훈련병 이씨를 단순히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군기를 잡겠다, 버릇을 고치게 하겠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다. '이건 아니다'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상부에 보고하고 절차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군기 확립'을 도모했었어야지, 폭력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됐었다.

이기자 수색대대 막사 전경 (사진출처: http://blog.daum.net/damool4335/7019864)

그건 그렇고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군대에서 조교들한테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경우는 웬만해서는 들어보기 힘든 무개념인데, 시기상 아직 병역 기간이 한참 남았을 훈련병 이씨는 군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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