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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어떻게든 검찰 도와주고파 나선 언론들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7. 3.

아시아 경제 기사 캡쳐

지난 7월 2일 굶주림에 시달리다 고시원에 몰래 침입해 달걀을 훔쳐 먹은 사람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이 구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16살에 가출하여 지금까지 약 30년간을 가족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는 절도범 이씨. 이씨는 주로 일용직 노가다판에서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지만 간간이 고물상, 건설현장의 자재나 물건들을 훔치기도 했다.

집을 나온 이래 30년 가까운 기간 중, 절도행각으로 인해 복역했던 13년을 제외한 나머지 약 17년의 기간에 무려 아홉 차례나 범행을 저질렀고, 총 피해 금액은 약 700만원에 달한다. 2017년에는 무보험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적인 장애를 입게 됐는데, 보상금도 못받고 공사판 노가다도 하기 힘들어져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용으로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 또다시 1년을 복역했다.

객관적인 경제적인 상태로 보면 기초생계를 위한 지원비와 의료비 등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분류되어 혜택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본인도 그 사실을 몰랐고, 지자체도 이를 알 수가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노가다든 뭐든 일용직 인력시장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하다보니 굶주리게 됐고, 또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이씨의 다음 타겟은 자신이 잠시 머물렀던 고시원의 구운달걀 18개였다. 계란판에 달걀이 18개밖에 없어서 피해 정도가 18개에 그쳤지만, 만약 30개가 있었다면 30개 모두 훔쳤을 것이 분명하다.

갈색이 매력적인 구운 달걀

법은 법이므로 엄연히 잘못된 행동인만큼 거기에 대한 처벌은 마땅한 일이다. 깨나 상습 전과자로 볼만도 해서, 사실 1년 6개월이라는 검찰의 구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5조 4항에는 상습 절도죄의 법정형은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여기서 상습절도죄의 기준은 세 번 이상 절도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씨는 상습 절도범이므로 최소 2년 징역을 구형 받아야 하는데 그럼에 불구하고 1년 6개월 구형 받은 것은 검찰이 이씨의 사정을 참작해 준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에 대한 동정론이 불거지고 '매정한' 검찰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몇 십 억대, 몇 백 억대의 비리가 벌어지는 재벌 관련 사건들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현실에 있다.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1996년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2009년 8월에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하지만, 길게는 1년 1개월, 짧게는 4개월만에 사면받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우에는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으로 2008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선고를 받았지만 2개월 조금 넘어 사면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08년 5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역시 2개월만에 사면됐다.

멀리볼 것도 없이, 최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등 불법로비, 분식회계와 부당합병 등이 사실로 인정되면서 중형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됐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결정한 사건이 있었다. 큰 범죄에는 큰 벌이 따라야하는데 현실은 상대적인 괴리가 크고 워낙 부조리한 면이 오랜 기간에 걸쳐 드러나다보니 이런 일에도 검찰에 대한 비난과 책망의 소리가 커진 셈이다.

중앙일보와 머니투데이 기사 캡쳐

장발장은 어쩌다 빵 하나 훔쳤다가 과한 처벌을 받았지만,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이모씨는 여러 번의 절도 전과자인만큼, 분명 '코로나 장발장' 등으로 과장되고 미화된 것은 분명하다.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일부 언론들이 먼저 검찰을 매정한 냉혈한으로 몰고 싶었던 악의적인 의도가 다분해보인다.

그렇지만 그걸 또, 보수언론들은 검찰이 조금이라도 뭇매맞거나 억울한 걸 그냥 두고 보지 못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이씨가 사실 그렇게 전문적인 털이범이지도 않고, 강도질을 해서 사람을 해쳤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 생계형 범죄라고 인정할 수 있을법한 것들인데, 알고보니 완전 '꾼'이었다라는 식으로 부득부득 이씨를 더욱 더 악한 사람으로 몰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돈받고 대포통장 만들 명의를 넘겨준 것을 갖고 '알고보니 보이스피싱범'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돈 얼마 받고 통장 만들어 주고서는 어쩌다 연루된 노숙자 분들을 굳이 '보이스피싱범'으로 지칭하지는 않지 않나?

이래저래, 이편이나, 저편이나, 언론들 머리 굴리느라 참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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