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나를 위한 생각

MBTI 성격유형검사 믿을만할까?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7. 3.

지난번 유산슬 육성 때부터 '놀면 뭐하니?'를 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최근 이효리, 비와 함께 여름 댄스혼성그룹 '싹쓰리'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MBTI가 소개되어서 급 관심이 갔다. 아마도 박문치가 작곡한 곡 'MBTI'를 연관시켜 소개하기 위한 설정이었던 듯 한데, 출연자들이 다들 검사결과를 두고 맞아떨어진다고 난리법석이라 자연스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MBC '놀면 뭐히니?' 방송화면

예전부터 MBTI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에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개최한 연수에도 한 번 참석해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겉핥기 식이었다는 생각에 실망했던 기억도 난다. 그 뒤로 그런 게 있었는지 잊고 살다 '놀면 뭐하니?' 덕분에 다시 유행을 타는지? 어쨌든 MBT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들 하고, 실제로 직업 적성 상담 같은 데에도 자료로 이용될 정도로 사용하는 분야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방송에 나온 검사는 정식 MBTI가 아니다?

16Personalities 한국어버전 홈페이지 첫화면. 다소 자뻑이 심하다.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이용한 사이트는 검색 결과 아마도 16Personalities 인 듯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검사가 너무 정확해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라는 평을 듣는다며 자평하고 있다. 그 밑에 검사 시작 버튼이 있고, 클릭하면 바로 검사를 위한 첫번째 단계의 질문이 시작된다. 문항에 답변을 하고 다음 버튼을 누르기를 몇 차례 하고 나면 자신의 성격유형이 나타난다.

검사 문항 페이지 화면 캡쳐. 나는 ISFP-T 라고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 16Personalities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검사는 오리지널 MBTI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원래 MBTI 성격유형검사에서는 검사 문항에 대한 답변을 Yes나 No 이렇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이 사이트 검사 문항은 동의에서 비동의 사이에 총 7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또한 검사결과를 나타내는 알파벳도 원래 MBTI는 4개의 알파벳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6Personalities는 4개의 알파벳 조합 뒤에 하이픈 '-'으로 다른 알파벳이 하나 더 붙어 나온다. 또, 이 사이트 어디에서도 MBTI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없다. 검사가 개발된 배경이나 근거가 되는 이론에 대한 소개, 개발자에 대한 이야기도 보이지 않는다.

정식 MBTI는 대부분의 심리검사도구처럼 저작권도 있고 상표권도 있고, 표준화된 검사지를 정식으로 출판하는 업체도 있으며, 채점하고 해석하는 전문가를 교육하고 양성하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MBTI 검사 한국어판에 대한 공식 출판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국내에 검사지를 공급하고 있는 (주)어세스타는 16Personalities와 같은 무료 검사에 대해 '출처가 불분명하며 신뢰도와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MBTI 성격유형검사

MBTI 성격유형검사는 1921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에 의해 개발되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주창한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사람의 심리적 선호도의 유형을 밝혀내는 검사이다. MBTI라는 말은 개발자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명칭으로, 풀어서 쓰면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된다.

MBTI의 근간을 이루는 카를 융의 심리유형론에 따르면, 인간은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심리적 선호 방식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에 차이가 만들어진다고 전제한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4가지 분야로 나누고 각각을 2가지로 나눴다. 에너지의 방향성 분야는 외향형과 내향형, 인식의 선호도에 따라서는 감각형과 직관형, 판단방식의 선호도에 따라서는 사고형과 감정형, 선호하는 삶의 패턴에 따라서 판단형과 인식형으로 나누고 이 성격들을 조합해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구분한다.

 

MBTI 16가지 성격유형

사실 카를 융의 성격유형론은 체계적인 실험이나 조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의 과학적 방식으로 검증하여 만든 이론이 아니다. 카를 융이 심리학을 연구하던 시대는 아직 실험심리학이라는 것이 생기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심리학 이론이라는 것은 심리학에 관심 있는 정신과 의사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례들을 토대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갖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면 되는 시대였다. 이 때문에 MBTI는 이론적인 근거가 빈약하다, 과학적이지 못하다, 신뢰도나 타당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람의 성격이란 보통 내향적이기도 하면서 외향적인 면도 갖고 있지, 어느 한쪽의 성향만 띤다고 보기 어려운데, MBTI에서는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하는 양분화된 척도를 이용한다. 사실 세상의 모든 성격을 단 16가지 유형 안에 모두 규정짓는 것도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이에 MBTI는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여 10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계속해서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계속해왔다.

현재는 초기 MBTI 검사도구라고 볼 수 있는 Form G나 이것의 개정판 격인 Form M 외에 Form Q 등 개선된 검사도구가 개발되어 일정 교육과정을 거쳐 양성된 전문가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Form Q 같은 경우, 각 지표마다 5개씩 총 20개의 하위척도가 추가됨으로써, 성격유형이 같은 사람이라도 세분화된 하위 코드에 의해 좀더 구체적인 선호도 차이를 분석해볼 수 있다.

 

섣부른 결과 해석은 금물

MBTI는 무려 1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나름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쌓아가며 개발된 심리검사도구로서 다른 여타 심리검사도구와 같이 전문가에 의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를 마치 혈액형 검사나 재미로 보는 심리테스트와 같이 생각하여 함부로 해석한 단편적인 결과는 어느 누군가에겐가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예컨대, 외향형은 인싸, 내향형은 아싸, 감각형은 이타적, 직관형은 이기적, 감정형은 남 눈치나 보는 성격이라든지 이런 식의 해석은 그 자체만으로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외향성 등 특정 성향이 더 우수하다는, 다분히 지금 우리 사회의 편향된 가치관이 투영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나온, 어느 유형의 성격끼리 궁합이 잘 맞고, 어느 성격유형과는 파국을 초래한다는 등 그런 것도 딱히 무슨 근거가 있어 나온 것이 아니다.

심리검사의 1차 목적은 바로 '자기 이해', 즉 나에 대해 잘 알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활용하기 위함이며, 2차적으로는 각 사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자 함이다. MBTI 성격유형검사가 단순한 인터넷 심리테스트가 아님을 명심하고, 반드시 전문가에 의한 제대로 된 검사와 해석을 통해 원래 검사도구의 취지에 맞는 활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