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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시민소통담당관이 뭐지?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7. 16.

“개 같군!” 하고 그는 말했으나, 자신은 비록 죽어도 치욕은 남을 것 같았다. 

궁금했다. 시민소통담당관이 뭔지가. 이름 그대로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업무를 하는 곳일텐데..? 그동안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시민소통담당관을 검색해 봤다. 경기도 고양시, 시흥시, 충남 공주시, 경남 창원시 등 전국 여러 지자체에 이런 부서가 있고,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니, 그동안 나는 왜 이런 게 있는 줄 전혀 몰랐지?" 싶기도 하고, 시민과 소통을 담당하는 곳이라면서 시민에게 낯설다는 것도 의외다. 물론 나만 잘 몰랐을 가능성이 짙지만, 내일 다른 사람들한테 시민소통담당관이라는 게 있는 줄을 알고 있는지 한 번 물어는 봐야겠다.

시민소통담당관 검색결과. 조창완 신임 시민소통담당관 임명 기사가 첫줄에 뜬다.

고양시가 2011년 전국에서 최초로 시민소통담당관을 신설했다. 고양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일종의 '시장 직속 민원실'의 성격을 띤 부서란다. 주로 시민들에게 시정이나 시장의 동향 등을 홍보하고, 시정 홍보 소식지도 발간하며, 요즘은 인터넷 시대니까 SNS 같은 것도 운영하면서 시정을 홍보하면서 댓글로 달리는 민원에 대해서도 알아다가 답변을 달아주기도 하는 것 같다. 각종 이벤트 행사 등을 기획하기도 하고, 또 집단민원이나 쟁점민원 등에 대해서도 해결하는 모양이다. 그밖에도 지역 주민 간에 집단 대 집단으로 발생하는 중대한 갈등 상황에도 개입하여 중재하는 역할도 하고, 기피시설 운영 등으로 지자체 또는 정부에 대해 발생하는 갈등 조정도 담당한다고.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의 업무

춘천시의 시민소통담당관은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춘천시청 홈페이지에 개설돼 있는 시민소통담당관 부서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춘천시청 시민소통담당관 홈페이지

http://www.chuncheon.go.kr/index.chuncheon?menuCd=DOM_000000510000000000

홈페이지에 따르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소통기획, 전략홍보, 언론홍보, 봄내소식 등 4개의 하위 부서들로 구성되어 있고, 주요업무는 다음 12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1. 국·도·시정 홍보 기획, 조정
  2. 시정홍보 간행물 및 영상·사진의 제작·관리
  3. 춘천시 공보 발간
  4. 정기간행물 등록
  5. 각종 매체를 통한 시정 홍보
  6. 주민홍보용 신문 보급
  7. 시정홍보용 시설·장비 관리
  8. 춘천 시정소식지 발간
  9. 보도·대담·연설자료 작성
  10. 언론사 취재 지원 및 보도내용 분석
  11. 시정기록 및 자료 활용
  12. 춘천시 sns 운영관리
  13. 시 대표 홈페이지 운영관리
  14. 도시브랜드 설립 및 조례 관리
  15. 그 밖에 공보 및 언론에 관한 사항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어쨌든 업무가 주로 시정 홍보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시도의 시민소통담당관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보이는데, 다만 앞서 살펴 본 고양시의 케이스와는 달리 시민들의 민원에 대한 대응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소통기획 부서는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로서 홍보 컨텐츠 제작 일체를 거의 담당한다. 영상자료와 사진자료의 제작과 관리를 여기서 맡고 있다. 전략홍보 부서는 SNS 관련 업무와 도시 브랜드 사업 관리, 시청 홈페이지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언론홍보 부서는 각종 보도자료나 인터뷰 자료의 작성과 배포, 방송이나 기사 수집, 언론사 접촉 업무를 맡고 있다. 봄내소식 부서는 당연히 봄내소식지 제작과 배포를 담당한다.

춘천시 시정소식지인 봄내. '국뽕'이 아닌 '시뽕'으로 가득하지만 의외로 내용은 볼만하다는 게 함정.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느낌.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임명 논란

현재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은 조창완씨다. 올해 2020년 6월 5일자 기사에 임명 관련 소식이 올라와 있다. 전라남도 영광군 출신으로, 영광 지역신문에도 조창완 시민소통담당관의 임명 소식이 실렸다. 내가 응암동에서 나서 자란 터라 이 분이 젊은 시절 구파발에서 거주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에 잠깐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분이 알고보니 엄청난 경력을 자랑하는 분이다. 도민일보 기사에는 전 미디어오늘 기자라고만 나와 있길래 그냥 그런갑다 했더니만, 대학교 외래교수 했었고, 여러 대학교와 공무원 연수원, 기업 등에 강의 이력도 다수. 방송국 중국통신원, 새만금개발청 같은 곳에서도 근무했었더라.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전문여행사 운영을 하기도 했고, 보성그룹 계열사인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에서도 근무하고, 더 놀라웠던 건 국문학과 출신이라서일까? 저술한 책이 10권도 넘는다. 공동저작 포함하여 최근에 출간된 책도 두 권이나 있다.

이것도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미래통합당 소속 시의원인 김보건 의원이 앞장서서 이재수 시장이 추진하는 개방형 공모제에 딴지를 건 모양이다. 요지는 '춘천시 요직에 시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고 굳이 왜 외부에서 영입하려 하느냐?' 라는 것 같다. 외부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시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업무 효율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말에 나름 일리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타 지역 사람이 춘천시민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공감이 간다.

아무튼 김보건 시의원의 비판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개방형 공모제를 통한 외부 전문가의 영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기존에 근무하던 공무원 중에서 임명하는 것보다 정말 제대로 된 전문가가 자리에 앉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일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춘천 같은 중소도시는 노령인구의 증가세에 비해 총 인구수는 적다. 일자리가 적은 탓이기도 하고. 그래서 대부분의 젊은 인구층은 공무원, 군인, 교사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또 공무원이 느는 것이긴 해도 외부 인사와 그의 가족이 춘천으로 모두 이사 올 수도 있는 일이지 않는가. 조창완 시민소통담당관도 가족이 같이 이사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춘천시 인구가 단 한 명이라도 더 늘어서 나쁠 건 없을 듯.

 

시민소통담당관? VS 시민소송담당관?

그런데 시민소통담당관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했으면 조창완 시민소통담당관이 시민소통의 전문가라서 뽑은 건가? 기사를 보니 공모 경쟁률이 무려 16대 1이었다는데, 스펙으로 보자면 조창완 시민소통담당관을 능가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싶기는 하다. 특히, 기업체 운영 경험이며, 언론사 근무 경험 등 이력이 상당히 다채로운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능력이 출중한 것도 분명하고, 중국 전문가인 것도 확실한 것 같은데, 춘천시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과연 전문가일까? 나한테 했던 소통 방식을 보면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시에서 생각하는 소통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다. 조창완 시민소통담당관이 내가 언론사의 뉴스 기사에서 가져온 사진을 두고 시청에 저작권이 있으니 지우라고 한 게 처음에는 납득이 안 갔다. 뉴스 기사에서 가져온 사진이니까 언론사가 문제를 제기하면 했지 시청이 그러는 건 엉뚱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시민소통담당관 업무에 사진자료 제작 및 관리, 언론사 제공 등의 업무가 있는 것을 보니, 만일 시에서 촬영한 사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한 것이라면 저작권 부분은 이해가 간다.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시민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에 있으면서, 최소한 내가 올린 세 장의 사진 중에 일부인지, 아니면 전부 다인지 정도는 알려주면서 먼저 소통을 시도했어야지. 명색이 시민소통담당인데, 마치 사찰하듯 내 블로그를 검열하고 대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통보를 했다. 그럴 수 있다고 납득하기엔 내가 소양이 너무 짧다.

고소와 소송이 같은 뜻은 아니겠지만? 생각 나서 가져와 봄.

내가 소통 전문가는 아니지만서도, 적어도 소송할 수도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나 경고를 하는 게 소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홍보와 마케팅을 도맡는 부서이다보니, 결국 시정 홍보라는 게 춘천시에 대한 좋은 이미지메이킹의 한 일환이고, 그렇고보면 이재수 시장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 역시 시민소통담당관의 잠재적 업무라고 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이 부서의 정체성이 '시민소통담당관'인 건지 '시민소송담당관'인 건지 헷갈린다. 저작권 단속 대리하는 법무법인 마냥 인터넷 검색하고 돌아다니면서 소송 거리 찾는 게 시민소통담당관으로 업무 시작하자마자 해야할만큼 그렇게 중요한 업무인 건가? 내가 무조건 "이재수 시장 짱짱맨!"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고 사진을 사용했다면 그래도 소송을 운운했을까?

정당한 저작권 행사와 보장이 중요한 세상이니 단속은 했다 치자. 어떤 사진을 두고 한 말인지 나중에라도 알게되면 내가 직접 찍어보든지 어떻게 교체를 해보든 하면 되니깐. 시청이 걸어서 10분인데 까짓거. 그런데 뒤에 덧붙인 말이 더하다. 이재수 시장을 두고 비판한 내용으로 인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려드린단다. 누가 이재수 시장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지 단속하고 다닌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불쾌하다. 소송이라니.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게 그렇게 쉬운 말일지 몰라도 일반인에게는 너무 생경한 일이다. 더구나 전국민이 다 아는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소송을 당한다? 나 같은 개인으로선 당연히 벌벌 떨만한 일 아닌가? 물론 겁먹고 잔뜩 쫄게 하려고 그렇게 썼겠지만. 시민을 소송으로 겁박하고 쫄게 만드는 게 어떻게 소통이란 말로 포장이 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귀하'라고 칭하며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정중한 문체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신임 시민소통담당관의 신개념 시민소통은 앞으로도 깜빡이 없이 직진을 계속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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