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 A Good Fragrance of Jasmine Tea
나를 위한 생각

혜화역 남혐 시위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18. 7. 8.

각종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초소형 카메라의 유통, 구입이 손쉬워지며 몰카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남자보다는 여성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어서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공중화장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 화장실 조차도 마음 편히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건 접수가 어렵거나 수사 성과가 많이 미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여성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화장실 몰카의 경우 용의자 특정이 매우 어려운 데다,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몰카 단속 점검을 실시했으나 발견한 건수가 0건이라는 기사만 봐도 몰카를 발견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http://v.media.daum.net/v/20170930151103920, http://v.media.daum.net/v/20180609202705246)

얼마전 남성 누드 크로키 모델의 몰카 사진이 남혐 카페를 통해 유포됐다가 여성이 범인으로 검거된 것과 관련하여 경찰의 편파수사 논란이 일면서 혜화역 시위가 촉발됐다. 처음 시위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어쩌면 당연히 일어날 시위였다고 생각했는데, 재차 벌어진 시위에서 보여진 모습은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좀 많아 보였다. .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몰카범죄 규탄 시위문구 피켓(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사실 몰카범죄의 수사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만큼 여성들의 아쉬운 마음과 그에 따른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한 개선 촉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할 수 있다. 얼마든지 전국민적 지지와 응원을 받았을 시위인데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이유는, 성차별에 의해 이루어진 편파수사라고 단정 짓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점과 도를 넘은 남혐(남성 혐오) 표현을 시위 참가자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모델 몰카 사건의 경우 용의자 색출이 빨랐던 이유는, 피해자가 남성여서나 범인이 여자라서가 아니라 범행현장이 특정 공간에 제한되었고, 특정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그림을 그리는 상황이었기에 당연히 용의자를 가려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별히 수사가 신속정확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경찰이 똥멍청이가 아닌 이상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또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저속하고 상스러운 표현으로 시위문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통령에 대해 자살을 요구하는 용어를 사용한 점이다. 이를테면 '곰'이라고 쓴 피켓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 재기하라'는 말을 연호한 것.

 

문재인 대통령 자살 암시 퍼포먼스(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 '재기한다'는 표현은, 예전에 여혐단체 대표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고 성재기'씨의 이름에서 가져온 표현으로, 극단적인 남성혐오 성향을 보이는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 또는 비속어이다. '곰' 피켓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인 '문'을 거꾸로 뒤집어 쓴 것으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자살할 때 머리가 무거워 사람이 거꾸로 뒤집혀져 떨어지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어쨌든 두 표현 모두 '자살'을 뜻한다.

사회악으로 꼽히는 일베 집단이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희화화하여 '운지하다'라는 표현을 만들어 쓰는 것과 유사한 행태인데, 대놓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를 구호로 외친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이라 보기 어렵다. 심지어 문대통령 재기하라는 말이 문제를 제기하다는 뜻의 제기라고 주최측이 해명했다던데 이건 말인지 똥인지 어이가 없는 해명이라 내 눈을 의심했다.

 

 

상스러운 표현의 시위 피켓(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게다가 공개시위 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경찰에 요청을 하고 자체적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휴대폰 사용을 두루두루 감시활동까지 했다니. 내 생각에 공개시위라는 건 자신의 주장, 의견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한 집단 행동이라고 생각되는데.. 언론, SNS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두 손 들고 반기기는 커녕 되려 적극적으로 꺼려하다니.. 시위 자체에 대한 의도나 목적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꽤 인상적으로 봤었다. 세상에, 적어도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여성차별을 집대성하여 김지영씨 한 사람이 반평생동안 모두 경험하도록 한 소설이었다. 그러한 설정이 매우 작위적으로 느껴졌지만, 모두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이루어졌었고, 또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차별이었으므로 거부감은 없었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만연한 것이 사실인 성차별 문제를 다뤘기에 남녀를 불문하고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상스러운 표현의 시위 피켓(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페미니즘 운동이 노동운동과 같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평으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캠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위를 보면서 변질되는 것은 한 순간이구나 싶었다. 어느 기사에는 한 아이 엄마가 딸이랑 같이 참여했다며 뿌듯해하는 인터뷰 내용도 실려있던데, 수만 군중이 모여 '자이루', '유좆무죄 무좆유죄', '한남충', '좆팔놈' 등의 낯부끄런 은어표현이 난무하고, 현 대통령의 자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자녀와 함께 하며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니 너무나 소름끼쳤다.

성평등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위는 분명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