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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대우일렉트로닉스 사건 ISD 패소 확정에 따른 책임 논란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19. 12. 22.

우리나라가 2018년 이란의 다야니 가문과의 ISD 소송에서 처음으로 패소한 후, 영국 법원에 패소 판정 취소 요청을 했지만 기각됨에 따라 패소가 확정되었다. 이에 730억원이라는 거액을 다야니 가문 측에 배상하게 됐다.

 

대우일렉트로닉스와 한국자산관리공사 현판

 

이 사건은 IMF가 터진 직후인 2000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대기업 연쇄부도로 인해 금융권이 부실해지자 정부가 부실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이라는 것을 조성,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기금을 운용하도록 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추진했다가 모두 결렬되고, 2010년에 이르러서야 이란의 다야니가 운영하는 가전회사 '엔텍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우리은행 채권단은 다야니 가문과 577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다야니 측으로부터 계약금 578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 뒤 채권단은 다야니가 제출한 투자확약서(LOC)에 총 필요자금 대비 1545억원이 부족하게 기재되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계약금을 떼이게 된 다야니 가문은 서울중앙지법에 매각 절차 진행 금지 관련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다음해 2월 법원은 채권단의 계약해지는 적법하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다야니 가문 측은 2015년 9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규칙에 따라 우리나라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이란 가전기업 엔텍합

 

다야니 가문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 상의 공정 대우 원칙을 어기고 인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계약금을 빼앗았다며 당시 계약금 578억원과 이자를 합해 약 935억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했고, 지난 2018년 국제중재판정부는 우리나라가 다야니 가문에 총 730억원을 배상하라며 다야니 가문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나라는 판결 직후 영국고등법원에 중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는데, 우리나라의 주장은 '다야니 가문은 한국에 직접적인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법인인 D&A에 투자한 것이므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 상의 '투자자'로 볼 수 없다', 'D&A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한 사실만 갖고는 한-이란 투자보장협정 상의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야니 가문의 중재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채권단과의 법적분쟁이므로 ISD 대상이 아예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국고등법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한국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되며, 다야니 측의 매각 시도가 한국-이란 투자보장협정 상의 '투자' 와 '투자자'의 개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제기한 판정취소 요구를 기각시켰고, 결국 억울한 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의 패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게 됐다.

 

 

현재 이 사건을 두고 이명박 전대통령 탓인지, 노무현 전대통령 탓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실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은 1996년 김영삼 대통령 때에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고, 김대중 대통령 재임 초기인 1998년 말 협정 체결이 이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합의하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비준한 것은 미국과의 FTA협정이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노무현 대통령의 탓도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 탓도 아니다.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었던 시기에는 국가간 투자보장협정에 ISD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2676개 투자보장협정 중에 약 2100여개의 국제 협정이 ISD를 채택하고 있던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1976년 영국과의 투자보장협정부터 이후 체결된 거의 모든 투자보장협정에서 ISD를 적용하고 있었으므로, 당시에 ISD가 포함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진작부터 세계 정세의 흐름은 각종 FTA와 투자보장협정에서 ISD 조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러한 사태를 맞이하게 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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