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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상속증여세, 부당한 과세제도일까?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19. 12. 24.

꼬마빌딩 상속증여세 오른다는 기사를 읽던 중 몇몇 댓글에서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상속증여세에 반대하는 내용을 보게 됐다. 보니까 상속증여세에 대한 불만은 대체로 다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미 소득세를 냈는데 상속증여세로 세금을 또 내는 것은 이중과세이다.
  • 상속증여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2%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국가의 세수로서의 기능이나 부의 재분배 효과가 미미하므로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

 

 

상속증여세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묶어말한 것으로, 상속세는 재산 소유자가 사망한 후 망자의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에게 무상으로 이전될 때 부과하는 세금이며, 증여세는 살아있는 사람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둘 다 무상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데 대한 세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두 세금의 세율구간은 똑같다. 1억원 이하는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이 넘으면 그 이후로는 50%이다. 다만, 상속세는 사망자의 재산 전체에 부과되는데, 증여세는 증여 받는 개별 재산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므로, 증여세가 상속세보다 더 적은 것이 보통이다.

 

상속증여세 세율

 

아버지가 40억원의 유산을 남겼다고 하자. 40억원의 50%인 20억을 상속세로 내고 남은 20억을 4명의 유가족이 나누어 가지면 한 사람당 5억원씩 받게 된다. 만일 생전에 가족들에게 10억원씩 증여를 했다면, 각 사람이 10억원에 대한 세율 30%를 적용하여 3억원씩을 증여세로 내야하니까 각 사람에게 7억원씩이 돌아간다. 모두 합하여 총 8억원의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그래서 상속세 회피의 수단으로 증여가 이용되는 사례가 많다. 한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불법 증여, 상속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 상속증여세 납부액 비교 그래프 (출처: '사과향 그녀' 블로그)

정부가 상속증여세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구적인 부의 세습을 막고 부의 양극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시화한 제도이다.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세상에 남겨두고자 하는 것이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부의 양극화가 심할수록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회구성원 저변에 비관적인 운명론이 깔리게 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는다. 이미 세상은 빈부격차가 심화될대로 심화되어 한 번 부를 축적한 사람과 그 자녀들은 세대를 초월하여 대대로 그 부를 누린다. 돈이 돈을 낳는다고, 심지어 그 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날이 계속 증가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평생 가난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지 오래다. 

부모의 재산이 수십억에 달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수십억의 자산가로 장차 재산을 물려줄 입장에서는 상속증여세가 너무 싫을 것이다. 우리는 가족 단위로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며 살기 때문에 내 돈이나 자식 돈이나 다 그냥 우리집 돈이지, 한집에서 네 돈, 내 돈을 구분하는 경우는 사실 보통 없다. 내가 물건을 하나 구입해서 쓰다가 그걸 나중에 아들이 받아서 쓴다고 무상 취득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가족 간에 재산을 대대로 소유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속증여세가 부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법에서는 경제적인 주체를 개별 사람 각각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상속을 독립 경제 주체인 자녀가 노력하여 재산을 형성한 것이 아닌, '부모'라는 다른 사람이 형성한 재산을 무상으로 취득한 불로소득으로 본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 내왔던 소득세 등은 부모가 낸 것이지 자녀가 낸 것이 아니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그만큼 누려온 것들에 대해서도 자녀는 세금을 직접 납부하지도 않아왔다.

부모가 형성한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인생의 출발선상에서부터 현격한 차이를 가진 채로 레이스를 뛰어봤자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최소한의 이런 조세를 통한 조치마저도 없다면, 이미 부자인 사람은 말도 안되는 뻘짓을 하지 않는 한 자자손손 대대로 영원히 부자인채로 더더욱 돈을 긁어모아 주체를 못하게 될 것이고, 이미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가난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대대로 영원히 그 사람의 후손은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꿈도 꾸지 못하게 되고 말 것이다. 어려운 말로는 계층의 상승 이동이 불가능해진다고 표현한다.

부익부 빈익빈은 능력이나 환경이 서로 다른 경제 주체들이 완벽히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제적 차별현상으로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에 가깝다고 본다. 하지만 이 경제적인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화되면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이 심화될 것이다. 부자들이 부동의 특권층으로서 온갖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며,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인 불평등으로 발전되어 모든 사회체제가 특권층의 이해관계만 반영하고 빈곤층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시장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어 사회 전반을 겉잡을 수 없이 위험한 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각종 범죄나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과 같은 사회병리현상과도 연관성이 깊다고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러한 특권층을 바라보는 하위계층의 사람들의 속이 속이겠는가? 하다못해 질투심도 들 것이며, 절대 어떤 노력의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비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의 딸 관련한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도 결국은 이런 기회의 불평등에서 오는 감정이지 않던가.  복지, 인권 등이 철저히 무시되는 아비규환의 사회가 될 것이고, 마침내는 국가 전역에서 혁명, 봉기 등 국사책에서나 봤던 무참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상속증여세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앞서 말했듯, 상속증여세로 인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밖에 안되어서 그 돈 가지고 부의 재분배 효과는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이미 부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50%에 가까운 상속증여세 아깝고 큰 돈 내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부자들은 그 돈 세금으로 내고도 딱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니다. 50%이나 되는 세율을 적용 받는 대상이 되려면 상속받는 금액이 3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지난 국세청 통계를 보면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은 전체 국민의 약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99%의 국민들은 상속받는 재산이 적어 상속세를 낼 일이 없단다.

게다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각종 공제를 적용하고 나면 10억원 정도까지는 거의 상속세를 내지 않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낸다고 한다. 상속이나 증여받는 금액이 달라도 여러 공제되는 내역이 달라서 그렇다. 연말 소득공제 할 때 전체 소득에서 일정부분 소득으로 보지 않고 빼주는 것처럼 상속증여세에서도 소득공제처럼 인적공제, 기본공제 같은 것들이 있다. 상속세의 경우 기초공제 2억원, 배우자 공제 5억~30억원, 직계존속공제 3천만원, 미성년자공제 500만원 20세가 되기까지 남은 햇수, 연로자공제 3천만원 등이 있다.

다소 복잡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 각종 공제를 적용하고 나면 10억원 정도까지는 거의 상속세를 내지 않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낸다는 것이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밖에 안 된다는 이유도 워낙에 내는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상속세보다 좀더 과세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부양의무가 있는 자녀에게 교육비, 생활비, 혼수 등을 증여하는 경우 비과세이고, 그 외에도 10년의 기간에 5,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될 뿐 아니라, 5,000만원 좀 초과하더라도 세금이 얼마 안되어서 그마저도 철저하게 과세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 중 거의 모두는 상속증여세에 대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증여세와 관련한 기사에 제도와 정부를 욕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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