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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동물복지종합계획..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1. 19.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 1월 14일 제2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동물복지종합계획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로드맵 마련'이라는 모토 아래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동물의 보호와 복지를 위한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갈지를 정해놓고 있다. 크게 동물보호 및 복지 인식 개선과 유기 및 피학대 동물 보호 수준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을 6대 분야 26대 과제로 구성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을 몇 가지만 간추려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동물 보호ㆍ복지 인식 개선

가. 동물 소유자를 대상 교육

  • 동물 판매업자를 통한 동물 구매시 사전 교육 의무화
  • 동물보호, 복지교육 프로그램 개발 보급 및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방안 추진

나. 동물학대 범위 확대 및 처벌 강화

  • 동물학대 행위를 열거적,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과 달리, 예시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동물 소유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구체화하고 처벌규정 신설 검토
  • 동물학대 유형별로 처벌을 차등화하고, 처벌 수준 상향 검토(살해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상해 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학대 유죄 판결 시 소유권 제한 및 동물복지 교육 수강 명령

다. 동물등록 절차 개선 및 대상 동물의 범위 확대

  • 등록 대상 동물 판매 시 소유자 명의로 동물 등록이 된 상태에서 판매
  • 바이오 인식을 활용한 동물등록 방식 연구 개발 결과에 따라 외장형 인식표 사용 방식 폐지(외장형 무선 식별 장치도 폐지 검토)
  • 내년까지 월령과 상관없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모든 개로 등록 대상 동물 범위 확대

라. 개물림 사고 예방 체계 구축

  • 맹견(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소유자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 맹견 수입 제한, 공동주택 사육 허가제 추진
  • 등록 대상 동물 산책 시 목줄 길이 2m 제한
  • 사람을 문 적이 있거나 위협한 적이 있는 개의 공격성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및 안락사 명령 등 의무부과체계 마련

2. 유기ㆍ피학대 동물 보호 수준 제고

가. 유기ㆍ피학대 동물 구조 체계 개선

  • 유실, 유기동물 구조, 보호비용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
  • 동물학대가 우려되는 경우 지자체 판단 하에 격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동물을 구조할 수 있도록 개선
  • 사유가 있다면 지자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인수제 근거 마련

나. 재난 대응 역량 강화

  • 반려동물 동반 대피요령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작
  •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 지정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추진

3. 동물보호ㆍ복지 거버넌스 확립

  • 거버넌스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제반 장치를 의미
  •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수 제한 삭제, 사후 점검 기능 강화, 사역 동물을 실험에 이용 시 처벌 수준 강화(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동물복지위원회 기능 강화, 정책지원 전문 기관 구축
  • 반려동물 보유세, 부담금, 동물복지기금 도입 등을 검토하여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 및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검토

6대 분야와 연도별 주요 정책 과제 추진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반려동물과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보유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이나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이를 반기는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기사로 나간 후에 농림축산식품부에 엄청난 양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 보유세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2022년부터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뿐이긴 한데, 그러다 부지불식간에 그냥 시행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반려동물 보유세 이야기는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복지전담팀이 신설되어 동물복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고 드디어 그 결과물인 종합계획을 내놓은 건데, 이 중에 반려동물 보유세가 포함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논리는 이렇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선진국만큼 높아졌다. 선진국들은 이미 동물보유세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련 갈등이나 비용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으므로 우리도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무도 필요하기에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단 독일이나 네덜란드, 중국, 영국, 미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반려동물 등록세를 내고 있는 것은 맞다. 영국, 미국,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내는 등록세 외에 매년 갱신하면서 갱신 비용도 내야한다고 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반려동물을 꺼리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나 각종 동물복지정책 시행에 쓰여진다고 하니, 정책의 취지만 생각해보면 긍정적으로 여길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복지를 위한 인식부터가 후진국인데 세금부터 물릴 생각을 한다는 것에서 많은 저항의 요소를 갖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가 왜 아직 시기상조인지 반대하는 이유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보유세라는 용어부터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인식을 나타낸다. 반려동물은 물론 법적으로 물건 취급을 받는 것은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동물복지를 신경쓰겠다는 부처에서 이에 대해 개선하고자 한다면서 반려동물을 보유하는 물건으로 여기는 것은 모순이자 기만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그저 보유하는 사물이나 재산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반기기 어렵다.
  2.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어서 조성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물리겠다는 계획부터 발표한 셈인데, 권리를 요구하기 이전에 의무부터 부과한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먼저 제시해주고 이렇기 때문에 의무를 지운다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 유기동물 보호소의 운영 등 동물복지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쓰겠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하지 않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유기동물의 방치나 부족한 유기동물 보호소 등의 문제는 사회 공동의 문제로서, 해결된다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나 키우지 않는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므로 그에 대한 비용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만 지워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유기동물 처리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부당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고 덤비면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왜 유기동물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왜 부담해야 하는 걸까?
  4. 반려동물 보유세는 유기동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쉽게 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 맞다. 충분한 숙고를 거쳐서 반려동물을 입양해야 하는데 키우는 것도 버리는 것도 쉽게 여기는 사람들이 문제다. 꾸준히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반증인데,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세금을 내도록 하면 그 사람들이 착실하게 세금 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겠나? 대번에 얼른 갖다버리자는 생각부터 하지 않을까? 한꺼번에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게 된다면 그건 어떻게 막을 것인가?
  5. 세금 부과는 어떤 행위를 억제하는 제재수단으로서 활용된다. 보유하는 행위 자체를 제재하는 정책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매긴다면, 이는 보유하고 있는 현 상태를 제재하는 것이므로 유기동물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어긋난다. 보유세가 아니라, 신규로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 등록세를 매겨야 할 문제이며, 이미 반려동물을 유기하ㅔ지 않고 잘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상응하는 혜택을 마련하여 동물을 유기하고자 하는 의도를 원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6. 독일 같은 경우 동물의 기본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있고,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사전에 자격을 위한 교육도 이수해야 하고, 정부가 정한 브리더를 통해서만 입양하도록 하는 등 동물권이나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권리와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다. 그 토대 위에 세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심지어 동물등록 조차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돈부터 내라는 건 그야말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7. 강아지 똥을 안 치우는 사람을 예로 들면서 보유세를 정당화하는 의견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늘 생각하던 거지만, 그 똥이 강아지 보호자가 안 치운 것인지, 유기견이 싼 똥인지 어떻게 구분하는지? 대부분의 반려견 보호자들이 배변봉투 들고 다니며 강아지똥 치우는 것이 조금씩 정착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마냥 추측과 반감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됐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설채현 수의사 선생님이 반려견 보유세 찬성 입장을 보이셨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세금 아깝다고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야 된다'는 설채현 수의사 선생님의 의견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이 공감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보유세 도입을 통해 '처음부터 키울 때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게 된다'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없다.

처음 키울지 말지 고민하는 단계에서는 보유세 도입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안타깝지만 세금 때문에 당장이라도 반려동물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직 많다. 현재 동물등록조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반려견을 유기할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도 아직 많은 상황인데, 이러한 부분들이 선제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세를 도입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지금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시행되는 것이 맞다.

동물복지와 보호를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며 진작부터 추진되었어야 할 일이다. 이 계획에 의거하여 좋은 정책은 꾸준히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고, 갈등의 소지가 있는 정책안은 충분한 협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선되어가기를 바란다. 동물복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관심을 쏟아야하는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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