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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펫코노미, 반려동물의 삶은 나아졌을까?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 2. 21.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 속에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이 넘쳐나는 펫코노미(Pet+Econony, 반려동물 전용 간식이나 영양제, 의류 등의 용품과 각종 유치원, 병원, 호텔링 등의 서비스 관련 시장을 일컬음) 시대가 됐다. 펫코노미는 반려동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전체 동물의 상황을 볼 때 생각만큼 반려동물의 삶은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으며, 펫코노미는 일부 선택받은 반려동물 외에는 누려보지 못하는 그림의 떡일 뿐인 경우가 많다.

반려견을 두고 어디 다녀올라치면 어디 맡길 데 찾느라 여기저기 사정사정 하면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고, 마당에 묶어놓고 밥이나 제 때 주면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줄로 알았던 때가 있었다. 밥도 사람들이 먹고 남은 밥을 아무렇게나 섞어서 주면 되는 줄만 알았다. 늘 좁은 세상에 갇혀서 그저 집이나 지키는 존재로 여겨져왔던 것이 바로 반려견이었다.

올레TV에서 강아지 전용 채널을 광고할 때만 하더라도 '저건 너무 오바아니야?' 했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이제 반려동물들은 영양이 균형있게 들어있는 사료를 주식으로 먹고, 홍삼이 들어간 영양 간식이나, 수제와 유기농 간식을 먹기도 한다. 며칠이 됐든 잘 돌봐주겠다는 호텔링, 보호자가 출근하고 난 이후 낮 동안 심심할까봐 전용 텔레비전 채널에, 매일같이 놀러갈 유치원도 있으며, 스파나 털관리를 받기도 한다.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어디 감금하거나 죽여 없애야 한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되도록 만든 보호자가 나쁘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가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럭셔리한 생활을 누리는 반려동물도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간식은 커녕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병에 걸렸는데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못받고 죽을날만 기다리는 반려동물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온전히 병원의 재량이다. 1999년 동물병원 수가제가 폐지되면서 진료항목별 표준화된 정보제공 체계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부르는 게 값이다. 같은 진료항목인데도 해야된다는 검사 종류가 병원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진료비도 두 배, 세 배 또는 그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강형욱 훈련사가 광고하는 반려동물 보험이 있다. 이제 동물보험도 나오고 세상 좋아졌다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진료항목별 질병명과 코드가 다른 경우가 많고, 진료체계도 표준화 되어있지 않아서 가입자는 보험을 통해 얼마나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애매하고, 보험사도 보험금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건강하고 오래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의료서비스이건만,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의료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정부는 동물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돈을 쓰는 트렌드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물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실제로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가 엄청난 성장을 보이기도 했으며, 현 정부도 반려동물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반려동물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공급을 맞추고자 생긴 공장식 번식 사육장이다. 반려동물이 사고 파는 물건으로 취급받는다. 쉽게 입양하고 쉽게 버릴 수 있게 됐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살아있는 동물을 택배로 주고받는 행태도 적발이 된 적이 있고, 반품이나 환불도 빈번하다. 불법 번식 사육장도 난무하고, 불투명한 경로로 시장에 유입된다. 과잉공급으로 인해 팔고 남은 동물이 유통과정에서 버려지기도 한다. 키우기 힘들다고, 이사간다고, 밥값을 대기 힘들다거나 병에 걸렸는데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있다.

2017년에는 한 해에 무려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버려졌다는 농림축산부 조사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인데 유기동물보호센터는 전국에 고작 300여 개 정도밖에 안 된다. 그마저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은 일부이고 대부분 민간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 보호센터에 들어가도 보호자가 찾아가거나 새로 입양이 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평균 10일 정도가 지난 뒤에 거의 안락사를 당하는 실정이다. 보호소에 못들어간 유기동물은 로드킬을 당하거나, 굶어죽거나, 불법 도축장으로 끌려가기도 한다. 

반려동물 미용이나 호텔링, 놀이터, 유치원, 미용, 장례 서비스 등의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는 하다. 정부로서는 환영할 수 밖에 없는 메리트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이라는 것은 동물권의 보호가 전제 되어야 한다. 반려동물 제도를 옳게 갖추어놓은 뒤에 산업을 육성해야 했는데 산업 규모와 혁신 성장에만 급급해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말았다.

2020년 1월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2024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에 따른 동물보호,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개선, 동물학대 행위 제재를 위한 정책 등이 담겼다. 정책의 실효성 같은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제라도 제대로 된 동물복지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본격적인 시도는 환영할 일이다. 좀더 다듬어지고 보완되어 동물복지 선진국에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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