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길가나 숲의 그늘진 개활지에서 많이 자란다. 특이한 점은 보통의 다른 귀화식물과는 달리 발견한 사람과 시기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비교적 늦은 시기인 1978년 고 임양재 교수와 이우철 강원대 명예교수에 의해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남산을 중심으로 중부지방 전체로 퍼져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학명은 'Eupatorium rugosum Houtt.', 영어이름은 White snakeroot, '흰뱀의 뿌리'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데, 사실 snakeroot라는 이름은 뿌리에 뱀에 물렸을 때 좋은 약성을 가진 식물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근초'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이름만 보면 뱀에게 물렸을 때 특효인 식물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은 잎과 줄기에 지용성 독성물질인 트레메톨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만일 서양등골나물의 잎을 먹은 젖소의 경우 그 우유에 독성이 섞여서 섭취하는 아기나 어린이를 해칠 수도 있다고 한다. 연한 잎과 줄기를 삶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어먹기도 한다지만, 독성도 있는데다, 이 식물 자체가 흔히 먹는 것도 아닌만큼, 요즘같이 먹을 게 많은 시대에 굳이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줄기의 높이는 약 30cm에서 높게는 1m 넘게까지 자란다. 잎은 달걀형에 잎자루 쪽은 둥글고 끝은 뾰족하다. 마주나기로 난다.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자루의 길이는 약 2cm~6cm 정도. 잎이 클 수록 잎자루도 길다.
여름부터 늦가을에 이르는 꽤 오랜 기간동안 꽃이 피어 있다. 8월경이면 보이기 시작해 11월경까지도 볼 수 있다. 산방꽃차례로 달리는 두상화는 지름 7~8mm 정도로 작은 꽃이다. 15~25개 정도의 흰색 통상화로만 이루어져있다. 통상화는 흰색이고, 끝이 5갈래로 갈라지며, 편평꽃차례(꽃자루의 길이가 위로 갈수록 짧아져 꽃대 끝이 거의 같은 높이를 이루는 꽃차례)를 이룬다. 모인꽃싸개는 원통형으로 길이 약 4~5.5mm이고, 10개 정도의 같은 크기의 꽃싸개조각이 1열로 배열돼 있다.
2002년에 환경부가 생태교란식물로 지정했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어지간한 산과 들을 잠식해 가는 유해식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뿌리도 강해지고 튼튼해지며 개체 수가 많아지는 만큼 씨도 더 많이 퍼질뿐만 아니라, 특히 자기방어를 위한 타감물질로 페놀을 방출하는데, 이 페놀이 주변 다른 식물의 생장을 막는 강력한 물질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서양등골나물 주변의 토종 식물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EBS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고(하나뿐인 지구-토종식물, 소리없는 전쟁편,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51180&cid=51642&categoryId=51645), 종종 인터넷상에서 서양등골나물 제거 활동을 벌이는 시민봉사단체에 대한 소식도 접할 수 있다. 새하얗고 화려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 식물인데 사실은 보이는 족족 없애버려야 하는 대상인 유해식물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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