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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구리시 눈사람 만들기 재난문자, 그렇게까지 비난할 일?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1. 1. 19.

뉴스를 보고 기사를 보면서 딱 드는 생각은, '아, 세상이 너무 각박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와 스팸에 맞먹듯 쏟아지는 재난안전문자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와 짜증이 원인인 걸까. 

구리시 재난문자 보도 (MBC 뉴스데스크)

구리시청은 1월 17일 오후 3시 25분, 8시 59분 2회에 걸쳐 '폭설 시 시민들 나와서 제설작업 참여하자', '코로나19로 답답할텐데 밖에 나와서 제설도 하고 눈사람 만들기에 함께 하자'라는 내용으로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1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진행하는 '눈 쓸고 눈작품 만들기 공모전'과 연계하여 제설작업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 것이었는데, 긴급재난문자로 이벤트를 홍보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잔뜩 욕을 먹었다.

구리시 재난문자와 이벤트 내용 (MBC 뉴스데스크)

갑갑하고 답답해서 지적하고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을까? 구리시청 블로그에 '재난안전문자가 장난이냐', '언제부터 눈사람 만들기와 눈 치우는 게 긴급문자 발신까지 할 사항이냐', '안전문자가 시청에서 하는 이벤트 홍보에 쓰라고 있는 거냐' 등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심지어는 '공무원들 정신차려라', '미친 공무원'이라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구리시청 블로그에 달린 악플 일부 (https://blog.naver.com/CommentList.nhn?blogId=guri9279&logNo=222210166701)

뭐든 긍정적으로 좋게 볼 수 있을만한 일도 안 좋게 보려고만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마냥 안 좋게만 보인다. 이번 일이 딱 그렇다. 폭설로 쌓인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고 얼어버리면 낙상사고로 다치는 사람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여차하면 정말 큰 사고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되는 폭설 사태는 분명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충분히 긴급재난문자로 보낼만한 일이다. 

만일 구리시청이 시정 홍보나 할 요량으로 벌인 이벤트를 재난안전문자로 보낸 것이었다면 당장 나부터도 '이 시국에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 라며 욕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구리시장 이미지 메이킹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눈사람 만들며 즐겁게 놀자는 것도 아니었다. 가뜩이나 무거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금쯤 무겁지 않은 뉘앙스로 필요한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언제부턴가 동네 제설작업은 으레 시청 제설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아침부터 영업하는 점포 사장님, 동네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게 당연해진 요즘인데, 평소 같으면 참여하지 않을 사람들도 참여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도록 해보자는 차원에서, 딱딱하게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웁시다'라고 하는 것보다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한 것을 두고, 이렇게까지 비난 일색인 게 너무 너무 의외다.

구리시청 입장 인터뷰 내용 (MBC 뉴스데스크)

문득 얼마 전에 봤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백신 전쟁의 골든타임' 편의 내용 일부가 떠올랐다. 예전 신종플루 때였나. 선제적으로 백신을 다량 확보했다가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도 했고, 국민들이 많이 맞질 않아서 대부분 폐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감사에서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했다며 지적당하고, 징계까지 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공무원들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기존에 해왔던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명 욕먹을만한 공무원들도 있지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 일 기획한 구리시청 담당자는 뭐라도 잘해보려고 한 일이었을텐데 이번 사태로 또 얼마나 질책을 들었을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안 됐다 싶고, 짠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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