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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문재인 대통령, 양산 사저 부지 논란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1. 3. 16.

지난 3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SNS에 사저 부지 관련 논란에 대해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라고 다소 언짢은 기분을 표출하면서 시끌시끌하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https://news.v.daum.net/v/20210312193002647

 

文대통령, 사저 부지 논란에 반박.."좀스럽고 민망"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 부지를 둘러싼 야권의 공세에 12일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이

news.v.daum.net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에 지낼 사저를 지을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양산 매곡동에 자택이 있었고, 이에 예전부터 퇴임 후 이곳을 사저로 쓰겠다고 공언했었다.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도 매곡동 자택이 외진 곳에 있어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히 살기 좋은 곳이라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 임기말이 되면서 본격적인 사저 건설에 들어가려고 보니 주변에 경호시설이 들어갈 여유 부지가 부족하기에 경호처에서 계속해서 만류 의견을 올렸다. 그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 했지만 경호처는 재차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새로운 부지로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이 낙점됐다.

양산 평산마을 표지석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6041811378925)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부지의 면적은 약 796평 정도로 원래 사저 부지였던 매곡동 부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3면의 시야가 트여있어 산으로 둘러싸인 매곡동에 비해 경호하는 데 유리한 지형이라고 한다. 땅이 커 보이지만 지방이다 보니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기도 하고,  자택 규모 자체는 매곡동 자택보다 크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사저 부지 중 일부 농지를 대지로 형질 변경한 것을 문제 삼아서, LH 공사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전국민적 이슈가 되어있는 상황을 잘 이용하여 비난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농지는 건물을 못 세우기 때문에 건축을 하려면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대지로 형질 변경을 해야 하는데, 보통 부동산 투기 염려로 인해 쉽게 허가가 나지 않는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허가가 잘 안 나는 일에 쉽게 허가가 나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니 특혜라면 특혜인데, 애초에 사안이 특수하고 부동산 투기와 상관 없음이 분명하다면 형질 변경 자체를 굳이 어렵게 끌고 갈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더구나 국민의힘에서는 이 특혜를 받고 매입한 사저 부지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이 땅값 상승에 의한 금전적 이익을 보았고, 이게 LH 직원들의 일탈과 똑같은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사실상 대통령 사저는 단순한 개인 재산을 넘어서 그 지역의 사적(史跡)이나 다름없는 의미를 갖게 된다. 게다가 유명인의 자택이 있다고 그 지역에 딱히 큰 피해를 입힐 것도 아니고, 어쩌면 유동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는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요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대통령 권력과는 별개로 양산시 입장에서도 굳이 형질 변경 허가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한 말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는 일종의 기념관, 관광지와 같이 공공시설화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동산 투기로 돈 벌기 위해 사저 부지를 이용할 가능성은 없다.

애시당초 전직 대통령의 사저 마련하는 일을 그냥 개인적으로 어디 땅 사는 것처럼 생각하고 투기 의혹 제기하는 것도 웃기고, LH 직원들 땅 투기와 전직 대통령 사저 부지 마련을 동급으로 놓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정말 경이롭다.

대통령 당선 전 양산에서 텃밭 일구는 모습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7051000518232041)

단순히 형질 변경이 쉽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 말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을 11년이라고 기재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서 허위로 적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농지법 상 농사를 지어 온 사람, 앞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 모두 농지 매입은 가능하다. 농식품부나 양산시 관계자에 의하면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은 적지 않아도 되고, 경력이 없다고 적어도 큰 상관이 없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영농 경력 자체는 농지 매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다만 농업경영계획서에 기재된 사항을 토대로 영농 의지나 능력(?) 같은 것을 판단하는 데 쓰는 기초자료다. 텃밭도, 유실수도 다 영농 경력으로 인정된다.

안 적어도 상관은 없는 영농 경력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직원들이 하는 일에 기왕이면 순조롭도록 도움도 돼야 하고, 또 그래도 농작 좀 할 줄 안다고 보이고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매곡동이나 청와대의 텃밭을 일구거나 유실수, 꽃밭 등 무언가 경작한 경험과 햇수를 '영끌'해서 적은 것 같은데, 그게 이렇게까지 비난의 대상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겠지.

동네에 문재인 대통령 연령대나 그 이상 어르신들은 어디 조그만 자투리 땅만 있으면 그저 뭐라도 심어 기르는 게 거의 병적 수준인 분들이 많은데,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라고 뭐가 다를까? 게다가 평생 안 해본 일이면 모를까, 문 대통령은 청와대 사택에서도 텃밭 일구는 노인이다.

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3/2017100390127.html

 

문 대통령, 손수 靑 텃밭 관리…오이·상추 등 작물 거둬

[앵커]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오이와 상추를 키우는데, 청와대 식구들과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

news.tvchosun.com

사저는 필요하고, 경호처 의견도 수용해야겠고, 기왕이면 조용한 시골이면 좋겠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시끄러운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노년에 소일거리로 텃밭 정도는 일구고 싶고, 등등 여러 조건을 다 갖추려다 보니 농촌 지역인 양산에서 농지를 피해 100% 대지로만 부지를 찾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어느 인터뷰에서 "전체 대지로 그만한 평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거 공간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주차장을 비롯해 경호시설을 위한 여러 가지가 들어간다. 그런 규모의 대지가 농지를 끼지 않고 시골에 존재하는가", "농지 전체를 전용하는 게 아니라 농지 중 일부 전용은 법에 의해 허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게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일인가 싶고, 정치라는 생태계에서는 꼬투리 잡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구나, 퇴임 후에 지낼 거처 마련하는 것도 이렇게 트집을 잡는구나 하는 생각에 몸서리쳐진다. 저 정도로 배운 사람들이 저 정도 위치에서 저 정도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오로지 정치적인 실리에 의해 좀스러운 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이런 현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잘 해보려고 해도 다 잘할 수는 없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으니 비판 받고 비난 받는 게 정권 요지에 오른 사람의 운명이라지만, 그저 뭐라도 구실 하나 잡아서 뼛속까지 물어뜯을 생각밖에 없는 하이에나들과 늘상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힌다. 아방궁 타령을 해댔던 그 시절과 하는 짓이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이름만 바꾼 사람들이 여전히 바글바글... 정말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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