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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대체공휴일 확대한다고 나라 안 망함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1. 6. 25.

대체공휴일 제도는 공휴일이 다른 휴일과 겹치면 휴일이 아닌 날을 하루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로 2013년에 신설됐다. 설날, 추석, 어린이날에 한정하여 적용되고 있는데, 지난 6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체공휴일을 다른 공휴일에도 확대하는 법안이 의결되면서 앞으로는 휴일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조만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2022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게 되며, 법 시행 전이라도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등이 주말과 겹칠 경우 국가공무원법,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에 따른다는 부칙에 의해 당장 8월 15일 광복절부터 적용이 되므로 당장 올해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등 모두 4일의 대체공휴일이 생기게 된다.

원래 대체공휴일 제도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근거했기 때문에 일반 기업은 대체공휴일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없었지만, 2018년 근로기준법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상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도록 개정되면서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적인 근로자들까지 대체공휴일 제도를 적용받게 되었다.

문제는 대기업의 경우 아무래도 회사 규모도 있으니까 직원들이 며칠 더 쉰다고 해서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대체공휴일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하루 이틀 쉬느라 업무가 지연되면 그 여파가 좀더 클 수 있어서 대체공휴일 보장을 많이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도록 한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 이번 대체공휴일 제도 확대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측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정해지도록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사업주와 직원 간 갈등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현재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쉴 권리 조차도 차별을 받는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노총은 '공휴일을 통한 휴식권 보장은 국민의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기본적인 내용으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민주노총도 '공휴일마저 양극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여당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할 문제라고 대응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대체공휴일 적용 촉구 기자회견 모습(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145)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부분은 근무일이 줄어들면서 특히 제조업의 경우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단 며칠, 그것도 띄엄띄엄 있는 휴일때문에 그렇게까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휴일이 하루 생겨서 납기일을 못 맞췄다고 했을 때, 그럼 하루만 납기일을 늦추면 물량을 맞출 수 있는 것 아닐까? 최종 납기일까지 휴일이 2일, 3일 된다 치면, 계약 시 원청과 하청 서로가 잘 협의해서 납품기일을 공휴일수를 고려해서 그만큼 여유있게 잡아주면 되지 않나? 융통성을 잘 발휘하면 될 것 같은데, 결국은 기업 간에 서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서 모두가 이렇게 야박하고 빡빡하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2019년 OECD 국가 중 근로시간 순위에 1위가 멕시코, 2위가 코스타 리카, 3위가 우리나라였다고 한다. 최근 순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우리보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의 경우 미국 11위, 캐나다 21위, 영국 28위, 독일 35위나 된다.

이런 거 보면,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이 적다고 나라가 망하거나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국민들이 일 적게 한다고 저 나라들이 중소기업 없고 죄다 대기업만 있는 건 아닐 거 아니냔 말이다. 공휴일 며칠 많아지면 많아지는 만큼 거기에 맞춰서 대책이 세워져야 하는데 회사들이 융통성 없이 그냥 원래 하던대로 하려고만 하니까 납품일 못 맞춘다는 둥 안 된다는 말만 나오는 게 아닐까.

2020년 공휴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합해 총 쉬는 날이 115일. 즉 250일이 일하는 날이었다. 2021년은 113일로 일하는 날이 252일이었는데 대체공휴일로 생기는 4일을 감안하면 올해 공식적으로 일하는 날 수는 248일이 된다. 따지고 보면 작년보다 고작 이틀 더 쉬는데, 당장 어떻게 잘 조정해볼 생각들은 안 하고, 그저 하루 이틀 더 쉬는 것으로 기업들에 도산 위기가 닥치기라도 할 것 마냥 너무 유난들 떤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5년 중 가장 휴일이 많았던 2018년을 보면, 공식적으로 총 휴일이 119일이었으므로 일할 수 있는 날 수가 고작! 246일뿐이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 엄청난 위기를 잘 견디고 살아남았고, 공공기관의 업무마비로 나라가 엉망이 되는 일도 없었다. 내가 볼 땐, 그냥 직원들 유급휴가 하루라도 줄었으면 좋겠는데 그 반대니까 싫은 거다.

주 5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때만 해도 일주일에 5일만 일한다는 게 너무 이상했고, 관공서고 학교고 공장이고 뭐고 다 마비되고 큰일날 것 같았지만, 결론적으로 딱히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요즘은 주 4일제 얘기도 가끔씩 나오는 것 같다.

7일 중에 절반 가까운 3일을 쉬자는 건 내심 좋기는 한데 현실적으로는 좀 아닌 것 같고.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에 주말과 겹쳐서 없어지는 공휴일만큼은 되살려내어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재충전과 여가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지면 좋겠다.

부처님오신날 이후로 공휴일 없음?(https://biz.chosun.com/policy/politics/2021/05/23/VRQ3V26JZRA77ODH3U33SGMR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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