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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 행태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1. 7. 15.

지난 6월 26일, 서울대학교 기숙사 생활관을 청소하는 업무에 종사하던 청소노동자 한 분이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고인은 해외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다 귀국했으며, 정부의 구직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서울대 청소노동자로 취업했다.

해당 기숙사는 여학생 전용 기숙사로 가장 큰 기숙사에 학생 수도 가장 많아 기숙사 중에서 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또,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 증가로 인해 급증한 쓰레기 때문에 엄청난 강도의 노동에 시달렸으며, 심지어 관리팀장 배모씨의 갑질도 심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결국 과로사하고 말았다는 것이 유족과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서울대 여학생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로 알려진 곳

그런데, 평소 지병이 없어 건강한 편이었다고 알려지면서 직장내 갑질과 과도한 노동량으로 인한 과로사, 돌연사라는 민주노총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에 이에 반대되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기사를 보니, 이제까지 나온 이전 뉴스들이 전부 노동자 피해 중심으로 안전관리팀장의 갑질을 기정 사실화하여 단정지어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https://news.v.daum.net/v/20210715050036470

 

[단독]"팀장, 갑질과 거리먼 사람" 서울대 미화원들 반전 증언

“그 팀장님은 ‘갑질’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서울대 기숙사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청소미화원 A씨는 최근 노동계와 동료 청소미화원들이 기자회견

news.v.daum.net

 

이 기사에서 인터뷰한 동료 노동자들은 그 동안 알려졌던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내용이 사뭇 다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완전 정반대인 내용이다. 기자들이 심층적인 취재활동 없이 민주노총의 발표만 받아다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용 부분만 따로 모아 보면 이렇다.

청소노동자 A씨 : "그 팀장님은 '갑질'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이렇게 반대 목소리 내는 게 무섭지만, 도저히 팀장님이 안타까워서 안 되겠다", "회의 때 '비록 미화일을 하시지만 작업복만 입지 마시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멋지게 입고 오세요'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도 많고 하니, 육체적 노동하는 사람을 넘어서서 지식을 갖추자는 의도라고 설명해줬고, 그걸 받아들였다. 하지만 글을 모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고, 조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예고 없이 시험을 보는 등 밀어붙인 건 좀 있었다."

청소노동자 B씨 :
"오히려 배 팀장이 오고 나서 미화팀이 제대로 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게 됐다. 개인 명패도 만들어주는 등 팀장은 우리를 단순한 청소노동자가 아니라 서울대 교직원으로 대우받는 느낌을 받도록 해줬다", "지금 여론이 사람 하나를 완전 병신 만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청소노동자 C씨 : "평가 시스템 자체가 없으니 감점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팀장님은 안 갖고 온 사람한테 펜과 수첩을 나누어줬다", "일을 시키고 팔짱끼고 쳐다보고 있는 게 갑질 아니냐. 오히려 갑질은 민주노총이 하고 있다. 우리가 그 쪽 눈치를 보고 있다. 배 팀장은 오히려 '힘든 거 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라며 곰팡이 제거나 더러운 거 치우는 것 등 험한 일은 혼자 다 했다", "우리는 정말 환경이 좋은 편이니 다른 아파트 경비원 분이나 미화원 분들을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청소노동자 D씨 : "방임형이었던 전 팀장과 달리 배 팀장이 깔끔한 성격이라 쓰레기 하나 못 봤다. 자꾸 시키니까 다들 싫었을 것"

청소노동자 E씨 : "우리 제초작업 부담을 덜어주려고 본인이 땀 뻘뻘 흘리면서 그 넓은 땅에서 혼자 깎았는데, 이런 게 어떻게 갑질이냐"

청소노동자 F씨 : "팀장이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 휴게실도 점점 좋아져서 '이거로도 충분하다. 열악하지 않다'고 말해도 저쪽(민주노총) 입김이 너무 쎄서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더라"

 

고인의 유족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가족이 작고하셨기에 억울하고 원통함이 당연하고 이해된다.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돌아가신 노동자 분이 비록 사후이기는 해도 합당한(적절한) 대우로, 또는 가능한 최대한의 보상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입장일 것임도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 만사가 양쪽 입장을 다 들어보아야 마땅한 법이다. 어느 한 쪽만 무조건 편들다보면 진실이랑 상관없이 사상 진영 대결이 되기 십상이다. 결국은 묻지마 지지 세력의 떼쓰기가 권력 아닌 권력이 되기도 한다.

무조건 자본가가 악이라는 입장은 위험하다. 노사간에 대부분 노동자가 을일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사안에 따라 다른 법이지 늘 갑이 악이고 을이 선인 것만은 아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사업자와 노동자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시시비비가 제대로 가려질까 말까지만, 그래야 조금이라도 객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 환경 문제가 이슈가 되어온지 한참 됐다. 그동안 보아온 것만 얼추 떠올려 봐도 휴게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곳, 휴게실이 아예 없는 곳, 그래서 화장실 변소 한 칸을 청소용품 넣어놓는 곳으로 비워놓고 거기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하질 않나, 휴게실이라고 기껏 만들어 준 곳이 지하실 어느 창고 구석에 한 평 남짓한 곳을 돌아가며 잠깐씩 쉬게 한다던지.. 그런 어이없는 사례를 너무 많이 들어왔다.

열악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환경.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태반이 이런 실정이다.

처음 보도되는 기사의 내용과 사진만 보고 '철망은 뭐야? 감옥이야?' 하는 생각과 함께, '삐까뻔쩍한 시설은 아니더라도 제대로 쉴 수 있을만한 장소 하나 제대로 마련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 기사에 나온 사진을 보니 이전에 철망이 있던 자리는 전체 휴게실의 일부 장소였고, 별도로 쉴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옆에 더 이어진다. '휴게실이 점점 좋아져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꼈다던 청소노동자 E씨의 인터뷰 내용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딱 봐도 감옥이 연상되는 일부 장소의 사진만 기사에 올린 건 의도된 뭔가가 없을 수가 없다.

서울대 여학생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 전체 모습

내 생각에 이건 아주 전형적인 언론의 농간이다. 그전에 공개된 휴게실 사진도 휴게실의 일부이니 거짓은 아니지만 전체 휴게실 구조나 모습을 굳이 보여주지 않음으로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청소노동자들의 대우가 실제보다 훨씬 못했던 것처럼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기대만큼 훌륭한 환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도 안 되게 형편없는 건 아닌, 그나마 어느 정도 필요한 구색은 갖춘 상태라고 생각된다. 그 전 사진을 전체 휴게실 전경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더 나은 환경임은 분명하다.

https://news.v.daum.net/v/20210714200602660

 

[단독] 1톤 쓰레기와 씨름..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일 CCTV

[앵커]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망 당일의 CCTV 영상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을 오르내리면서 올들어서만 1톤 가량의 쓰레기

news.v.daum.net

JTBC의 이 기사에서도 교묘한 기법이 보인다. 제목부터 <1톤 쓰레기와 씨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일 CCTV>이다. 누가 봐도 사망일 CCTV를 봤더니 1톤을 날랐더라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도 처음에 고인이 하루에 대여섯번을, 5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나르는 쓰레기의 양이 1톤이라는 줄 알고 경악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하루가 아니라 1년에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더라.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을 오르내리면서 올들어서만 1톤 가량의 쓰레기를 혼자 치워야 했지만' 이라며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기사를 정독하기 보다 눈으로 쓰윽 훑어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자가 의도적인 기술을 쓴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CCTV 화면에 겹쳐 나오는 기자의 멘트도 "무거운 듯 겨우 끌고 다닙니다."라고 했지만 막상 화면에 보이는 쓰레기 봉투는 그렇게 많이 무거워보이지 않고 큰 부피때문에 굳이 듣지 않고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이며, 수레에 실을 때에도 보면 거뜬히 들어서 던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인이나 여타 청소노동자의 노동을 폄훼하고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눈으로 뉴스에서 보여준 CCTV를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그 동안의 노동이 누적되어 과로를 불러왔을지언정, 적어도 이 기사에서만큼은 기자가 의도를 갖고 과장하여 전달하고 있다.

관리팀장이 보낸 회의 참석 관련 메시지 캡쳐

민주노총은 '고인이 새로 부임한 관리팀장으로부터 부당한 갑질,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청소노동자들에게 회의 참석 시 격식을 갖추는 복장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모든 청소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서울대 측에서 공개한 회의 관련 공지 내용을 보면 딱히 딱딱하고 군대식 명령으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회의 모습이 찍힌 사진에도 무리한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복장이 꽤 자유로워 보인다. 엄청난 갑질과 무리한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갑질을 했다는 관리팀장 배씨도 노조 조합원이라고 하는데, 청소노동자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조심스레 추측해보자면 관리팀장은 나름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기성 이미지를 탈피하고 우리 스스로 교직원으로서 어엿한 모습으로 일해보자'는 차원에서 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들고 있다.

청소노동자 회의 모습 사진

관리하는 사람이 나름대로 융통성 있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이끈다고 하더라도 관리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의사가 그다지 와 닿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뉴스 기사는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접하는 수단으로서, 개개인은 어느쪽을 욕하든지간에, 보도하는 사람들의 특정 의도가 실리면 곤란하다. 특히 이렇게 민감하고 시시비비가 엇갈리는 사안은 더욱 그렇다. 일단은 미사여구 다 빼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일단은 중립기어 놓고 결과를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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