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교실 문화 만들기 방법으로 우리들의 약속, 체크인·체크아웃 서클, PEACE 평화 명상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나의 진심을 말하는 법을 훈련할 수 있다.
우리들의 약속
우리들의 약속은 교실 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구성원의 합의를 거쳐 정하는 것이다. 교실 내에서 내가 기분 나빠지는 상황이 어떤 때인지 생각해보고,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존중해주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행동과 언어 사용 규칙을 결정하도록 한다.
외부로부터 규칙 준수를 강요받고 있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규칙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감시가 사라질 때 인간은 일탈행위를 하게 된다. 자발성이 전제되지 않는 규칙 준수는 일시적이고 표면적이기에 잘못을 저지르기가 쉽기 때문인데, 우리들의 약속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해 스스로 존중받는 것의 가치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학급 분위기 조성에 동참하도록 한다.
우리들의 약속은 학기초에 학급회의를 통해 정하고 이후 계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간다. 아침 조회시간에 약속을 재확인하고, 종례시간에는 하루동안 약속을 지킨 상황과 지키지 못한 상황에 대해 교사가 관찰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초기에는 매일같이 하는 것이 좋겠으나 어느 정도 학생들이 익숙해지고 이 약속이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임을 이해했다 싶은 시기부터는 1주일에 1회 정도로 일정한 주기를 두고 정규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다.
운영 중 유의할 점으로는, 종례 때 약속을 지킨 것과 어긴 것을 전달할 때 교사가 관찰한 행동에 대해서 해당 학생이 아니라 교사를 주어로 두고 말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말할 때 도덕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실 그 자체만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덕적 판단이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 교사와 학생 사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단절이 일어나고 학생의 마음 속에 존중이 아닌 반발심이 생기기 쉽다. 또한 약속을 어긴 친구에게 처벌이 아닌, 수치스럽지 않고 명예롭게 자신의 책임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도록 유념한다.
체크인·체크아웃 서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체크인), 무언가를 마치고 난 후(체크아웃) 동그랗게 둘러 앉아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을 말한다. 서클은 단순히 둥글게 모여 앉는 공간적 형태를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두의 평등성,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안전, 원으로 둘러앉아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책임과 기여, 그리고 연결됨이라는 가치를 포함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딘가로 숨을 수도 없고, 각자가 서로의 눈에서 벗어날 수도 없어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참여하게 된다는 작동원리를 갖는다.
체크인 서클, 체크아웃 서클은 말 그대로 어떤 활동의 시작과 끝에, 또는 하루, 일주일, 한 학기 등 일정한 수업기간의 시작과 끝에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하루를 시작하는 조회나 끝나는 종례,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 첫 시간과 금요일 마지막 수업 후 등등 어느때나 가능하다. 또한 반드시 정해놓은 그 시간만이 아니라 교사가 매 활동에서 필요성이 느껴지는 그 때 수시로 활용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원에 가깝게 자리를 구성하여 학생들이 앉을 수 있게 하고, 공간이 여의치 않으면 타원형이 되어도 괜찮다. 한 두 가지의 질문을 주고, 발언 순서와 주의집중을 위한 토킹스틱을 넘겨가면서 질문에 대한 발언을 하도록 하는데, 활동 시간에 따라 각 학생마다 발언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는지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예: 지금 우리에게 10분의 시간이 있는데, 총 인원이 15명이니까 한 명당 40초 정도씩 말할 수 있습니다)
진행순서는 먼저 '체크인, 또는 체크아웃 하겠습니다' 등으로 말하여 서클이 시작됨을 알리고 서클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작할 때마다 원칙을 알려주도록 한다. 이후 돌아가면서 교사가 던져준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며, 모든 학생이 발언을 마친 후에는 나온 이야기 중에서 긍정적이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 싶은 의견을 교사가 기록해두었다가 재확인시켜주고, 힘들어하는 소수의 학생에 대한 공감적 연결 등의 코멘트를 한 후에 서클을 마친다.
서클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기본적으로 존중의 태도를 갖는 것이다. 떠들거나 주의집중하지 않는 경우, 친구의 의견에 부정적인 반응을 표출하는 경우 등의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게 유의해야 한다.
PEACE 평화 명상
PEACE 평화 명상이란 Power, Eco, Art, Contact, Edu 명상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각각 신체, 자연, 그림, 접촉, 교육을 의미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명상을 통해 학생들의 내적 자존감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내적인 힘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마음 속에서 심한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명상을 하면 진정시킬 수 있다. 간단하고 쉬워보이면서 딱히 소용 없을 것도 같은 이 명상이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준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단 5분의 명상을 통해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힘과,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길러준다.
평화명상을 하는 시간은 특별히 구애됨 없이 하루 수업 시작 전 5분, 또는 2교시 끝난 후 쉬는 시간 5분, 또는 점심시간 밥먹으러 가기 전 5분, 아니면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5분 등 그때 그때 자투리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 일주일동안 요일별로 명상방법을 정해 규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고, 단계성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시로 운영할 수도 있다.
① Power 명상
파워 명상은 학업과 일상에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만들기 위한 명상이다. 교사가 여러가지 실내 스트레칭 체조 방법을 유튜브 등을 통해 먼저 익힌 뒤 학생들에게 전수하면 되는데, 이때 학생들 각각이 자신의 신체에서 혈액의 흐름과 공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멘트를 쳐주도록 한다. 명상이 끝난 뒤에는 느낌을 묻거나 하지 않고 교사가 이 활동으로 인해 학생들의 상태가 매우 나아졌다고 확신하는 멘트를 해주고 정리하는 것이 좋다.
② Eco 명상
에코 명상은 자연의 소리를 듣고 생명의 시작점을 찾아가며,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한 명상이다. 자연의 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함께 있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틀어놓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며 소리가 만들어진 장소를 상상하면서 그 자연 한 가운데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천을 찾아 그곳으로 서서히 이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정리 시에는 우리가 듣게 되는 모든 소리에 생명이 있어서 우리 주변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줌으로써 생명존중교육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③ Art 명상
그림 명상은 편안한 마음 상태로 자기 내면의 희망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자신의 미래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힘을 얻도록 하기 위한 명상이다. 명상공책을 하나 마련하고 직업, 대학, 결혼, 자녀, 성공 등 학생들의 미래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림을 꼭 잘 그리지 않아도 낙서같아도 상관없이 그림이든 글자든 뭐든 활용해서 마음껏 표현하도록 하고,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고 자신만의 비밀노트로서 가지고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정리 시 지금의 시절이 지나고 나면 내가 꿈꾸는 미래가 꼭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멘트를 던져주고 마무리하도록 한다.
④ Contact 명상
친구와 손을 잡거나 등을 기대거나 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느낌을 느껴보는 교감을 통해 친구를 이해하는 시도를 해보도록 하기 위한 명상이다. 먼저 옆에 있는 친구와 손바닥을 맞대게 하거나 등을 기대거나, 또는 발바닥을 맞대는 등 신체의 일부를 서로 맞대도록 하여 눈을 감고 전해오는 느낌을 느껴보게 한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 속으로 생각하게 하고, 상대방은 친구가 마음 속으로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한다. 소리내어 표현할 필요는 없으며, 명상이 끝난 후 친구와 악수하고 짝꿍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며 마무리하면 된다. 교사는 이 때 친구의 하루 일과를 떠올려보면서 주변 친구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면 좋다.
⑤ Edu 명상
교육 명상은 고난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생 내면에 강한 자생력을 만들어주기 위한 명상이다. 눈을 감고 고난이나 시련을 겪었지만 극복해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차분한 목소리로 너무 빠르지 않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처음에는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려주지 않다가 마지막 즈음에 주인공을 밝히고 그 주인공이 했던 유명한 말을 주인공이 직접 들려주는 것처럼 말해준다. 주인공 선정 시, 꼭 뛰어나게 훌륭한 점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학생들과 비슷한 시기에 고난을 겪고 이겨낸 점에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 명상이 끝난 후에는 주인공에 대한 사진자료나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는 것도 여운을 길게 가지고 가는 좋은 방법이다.
출처: 평화로운 학교를 위한 회복적 생활교육 매뉴얼(강원도양구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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