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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매번 반복되는 결혼식 축의금 논란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3. 5. 22.

 

매년 한 번 이상씩은 축의금 논란 기사를 보게 된다. 엊그제 본 기사는 <주말 못 쉬고 갔는데.. 축의금 10만원 내면 밥 먹다 욕도 먹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내용은 뭐 매번 볼 때마다 봤던 내용 그대로이긴 한데 요약하면 이렇다.

김기량(가명)씨는 지인 결혼식장에 가서 축의금 10만원 내고, 결혼 당사자에게 왔다고 눈도장 찍고, 밥은 먹지 않고 돌아왔다고 한다. 겸사겸사 가족들과 같이 가게 됐는데 같이 밥을 먹게 되면 밥값 비싼데 온식구 다 데려와서 밥 먹는다는 이유로 기껏 돈은 돈대로 내고 눈칫밥에 욕까지 세트로 먹게 될까봐 염려돼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다른 사례를 소개하는데, 어떤 사람이 선배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으로 5만원 냈는데, 선배가 자기가 뭐 서운하게 한 일 있느냐며 따져묻더라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부부가 함께 결혼식에 갔다가 축의금 10만원 내고 밥먹고 왔는데 후에 겨우 10만원 내고서 와이프까지 데려와 밥 먹었냐는 핀잔을 들었다는 것.

https://v.daum.net/v/20230520110601787

 

주말 못 쉬고 갔는데…축의금 10만원 내면 밥 먹다 욕도 먹는다?

김기량(가명) 씨는 5월에만 결혼식에 세 번 다녀왔다. 축의금만 30만원 냈지만 밥은 먹지도 않고 왔다. 결혼 당사자들에게 눈도장 찍으면서 밥 먹지 않고 먼저 간다고 말했다. 아내, 아이와 같이

v.daum.net

여론은 당연히 둘로 나뉜다. 10만원 내고 거지취급하는 건 너무하다, 너무 계산적이다 하는 쪽과, 물가가 장난 아닌데 1인 10만원이면 2인이면 20만원 내야 맞다, 15만원은 내야하지 않았냐 하는 쪽이다. 이런 기사 접할 때마다 정말 세상 참 각박하기 이를 데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옛적부터 결혼하면 하객들 초청해서 밥 먹이고 축의금 주고 이런 게 어쩌다 관습이 돼서 전통문화처럼 내려오고 있는데, 요즘은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면서 요즘 결혼이 결혼이냐는 의견들도 많지만, 결혼이라는 게 두 사람이 서로 각자 상관없이 자라고 생활하며 살다가 우연히 만나게 돼서 애정을 느끼고 가족을 만들고 그러면서 당사자들뿐 아니라 각자의 가족들끼리도 연관이 맺어지는 등 사실상 개인의 인생사에서 몇 안 되는 아주 커다란 빅 이벤트임은 분명하다.

나는 그런 커다란 사건에 사람들 초청하여 식사하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이제부터 남남 아니고 부부됩니다, 가족입니다' 하는 선언을 직접 눈으로 목도하고 증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의 의미, 이런 큰 인생의 변곡점을 가지게 됐으니 앞으로 별일없이 잘 살라고 축하하고 축복해달라는 부탁의 의미. 그리고 식사는 그야말로 그 부탁을 들어주러 일부러 만사 제치고 내 결혼식에 와주셨으니 감사하다고 대접하는 의미..

그리고 축의금은 거사를 치르는 데 돈도 많이 들고 하니까 손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부담 줄이라고 몇 푼 보태주는 부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나오는 기사를 보면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결혼 당사자가 마치 손님한테 빌려준 돈 받는 것 마냥 '밥 값도 비싼데 그것밖에 안 냈냐?'고 타박하다니. 만일 오지 말고 돈이나 내라는 심산이었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심각하다.

자기들이 좋아서 결혼하는 것이지, 누가 결혼해달라고 바짓가랑이 붙들고 사정을 하기를 했나? 등떠밀려서 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들이 결혼식 와 달라고 청첩장 나눠주고서 당연하게 돈 내놓으라는 심보가 이치에 맞는 일인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기본적으로 내 돈으로 치르는 것이 당연한것이고, 남들이 한푼 두푼 쥐어주어서 내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이니 그저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할 터다. 

예전에, 아마도 대략 20년 전 쯤인 것 같다.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할 때 동네에서 골목을 지나는데 한 식당에서 어떤 분이, 생면부지의 모르는 사람인데 나한테 갑자기 다가오더니 자식이 결혼을 하는데 지금 피로연 중이라면서 와서 국수 한 그릇 하고 가시라고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축의금이라도 드려야 하나 하고 망설이는데 낌새를 알아채고는, 그분이 부담갖지 말고 드시고 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얼떨결에 들어가서 국수에 머릿고기에 나물에 떡에 과일까지 엄청 잘 먹고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이 다 있네' 하고 생각하면서 나온 적이 있었다. 결혼 당사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한데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도 모르게 진심에서 우러나와 그 사람들의 행복을 빌고 있었다.

굳이 모르는 사람까지 식사 대접하고 할 것까지야 없지만서도 내가 아는 지인과 친척 등등을 초대해놓고 축의금 얼마 내놓고 가는지, 예식비용에 비해 모자라지 않을만큼 축의금이 들어왔는지를 따져가며 서운해하고 기분나빠할 것 같으면 그게 결혼식에 초청한 사람에 대한 답례인 건지, 일일식당 차려서 밥장사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

다시 말하지만, 결혼식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하객들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하객들이 밥 먹어야겠으니까 너네 결혼해라 한 적 없다. 자기들이 초청해놓고 대접하는 것을 갖다가 '밥값이 얼만데' 하는 것은 그야말로 꼴값이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과 같은 결혼을 과연 그런 식으로 하고 싶나 묻고 싶다.

오늘날 이쯤되면 이제 결혼식 문화는 바뀌는 게 맞다. 결혼식을 아예 하지 말든지, 아니면 식구들과 절친끼리만 모여서 백일잔치마냥 간소화해서 해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축의금 얼마나 해야 하나' 논란은 이제 없어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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