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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생각

야간 문화제 강제 해산 과연 정당한 법집행이었을까?

by 자스민차향기조아 2023. 6. 15.

무슨 일이 있었나

경찰이 지난 5월 25일 강제해산 이후 또다시 6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단체의 1박 2일 문화제를 강제해산시켰다.

이날 오후 6시 30분경부터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의 1박 2일 노숙 문화제가 시작되었고, 경찰은 '대법원 100m 이내에서의 집회는 불법'이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근거로 들어 오후 3시경부터 대법원 일대를 철제 울타리를 설치, 대응 경력 12개 부대 총 700명 경력을 배치하여 원천봉쇄에 나섰다.

또한, 9시 20분경까지 15차례의 경고 방송과 3차례의 해산 명령을 내렸고, 문화제 참가자들이 자진 해산을 하지 않자 경력을 투입하여 참가자들을 대법원 반대편으로 밀어내는 등 본격적으로 강제 해산에 돌입하여 기어이 참가자들을 모두 해산시켰다.

 

강제해산은 공권력 남용이자 기본권 침탈 행위

주최측인 공동투쟁은 이번 경찰의 야간 문화제 강제 해산 조치에 대해 신고가 불필요한 야간 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강제 해산에 나선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별도의 집회 신고 없이 가능한 야간 문화제인데다, 2020년부터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하게 해왔던 야간 문화제이고, 이전에는 사실상 경찰이 문화제 공간에 질서유지선을 쳐서 진행을 보호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불법 집회로의 변질이나 여타 불상사를 예방하는 역할을 했었던 것과 비교된다.

특히 야간 문화제를 실시하기 위해 모인 것을 두고 불법집회로 번질 우려의 '가능성' 만으로 야간 문화제를 강제로 해산시킨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실제 일어난 불법적인 상황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여 진압하는 것 자체는 누구도 뭐라할 수 없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시키는 행위는 자칫하면 그 어떤 집회나 시위나 행사라도 권력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탄압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엄연한 공권력 남용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이다.

 

경찰의 대응 태도 변화 이유

경찰의 이러한 급격한 태도 변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있다. 지난 5월 21일 정부와 여당이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5월 16-17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집회를 두고 불법 집회와 시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확인한 데 이어, 23일 국무회의에서 "전 정부가 불법 집회, 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 원수가 명령을 내리면 그에 따르는 것이 경찰로서는 당연한 의무일 것이나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왕이 아니므로 법 테두리 안에서 내린 정당한 명령이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부당한 명령에는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은 곧바로 강경대응 방침을 내고, 집회 강제 해산을 위한 특별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최루탄 성분인 캡사이신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심지어 진압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특진을 시켜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는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와 상반되는 입장을 밝힌 경찰청장, 그리고 실제로 캡사이신을 들고 현장에 나온 경찰대.. 문제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이렇게 과잉으로 진압을 한다 한들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당한 법집행인가

다시 말하지만, 이 야간 문화제는 지난 3년간 20번 넘게 비폭력적으로 진행돼 왔기에 불법집회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불편을 감당하게 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야간 문화제라는 행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되고 나 같아도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 때문에 당장 눈앞에 불편을 겪게 된다면 볼멘소리가 나올 것 같다. 

하지만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당장에 법리에 입각하여야 할 정부와 공권력이 법의 보장을 받는 행사를 강제 해산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는 점과 집시법 11조에 따라 대법원 주변 100m 이내에서의 집회가 금지라는 것을 강제해산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런데, 문화제는 신고 대상이 아니며, 집회로 간주한다 치더라도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미신고 집회도 경찰의 무조건적인 강제해산은 금지된다.

헌법재판소는 집회를 미리 신고하도록 한 것은 경찰이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 도모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집회 개최가 헌법에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하도록 하고 있는 근본적인 취지를 보호하고자 하였다.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집회 신고제는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나 다름없는 것이 되고 만다.

게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대법원 주변 100m 이내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고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으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6월 9일 당시 모여있던 조합원의 수는 대규모도 아니었고, 문화제의 주제도 특정 판사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에 경찰이 내세우는 이유를 무색하게 만든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서 야간 집회 제한을 하겠다고 한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겠다는데 헌법재판소가 2009년 9월에 이미 헌법불합치 결정을, 2014년 3월에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야간 집회 제한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야간 문화제를 '불법집회'로 지칭하고 발언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불법이 아닌 것을 불법인 것으로 세뇌시키는 효과가 있어 우려된다.

 

진정한 '자유'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은 자칭 자유의 수호자다. 언제 어디서든 연설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를 부르짖어왔다. 심지어 4월달에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46번이나 사용하기도 하여 세간에서는 자유를 너무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토록 자유를 목놓아 부르면서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는 하찮게 여기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자유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다수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점이 있기에 집회를 하는 주체가 자성하고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지만, 공권력은 명확한 불법 행위가 일어난 것이 아닌 이상은 '가능성'이라는 추정에 입각한 강제 해산이 아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최대한의 질서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 대한민국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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